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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12 14:40:17
  • 최종수정2017.11.12 17:05:29

김병규

교육학 박사

 10월이 다 가는 27일 소리마루의 15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소리마루는 정회원과 대금을 잡는 대새빛, 모듬북을 치는 어울, 소금을 부는 새벽안개 밟는 소리, 해금을 잡는 해향, 가야금의 아중별악, 거문고를 뜯는 뜰 그리고 사물놀이의 달사랑, 피리와 태평소를 부는 풀향기, 남도 소리를 내는 소리내 그리고 한국 무용을 하는 나빌레라의 총 10개 동아리로 구성됐다. 60여명 회원들은 대부분 교사로서 수업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곤 공부 결과를 연말에 무대에 올린다. 대금 같은 경우 적어도 10년 공부 뒤에야 무대에 오르므로 연주가 가벼운 일은 결코 아니다. 주경야독으로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음악을 공부해 무대에 오르려니 남자도 힘든 마당에 주부들은 열정이 대단하다.

 국악기 재료는 자연 산물이라 자연의 소리를 낸다.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인간의 귀를 거슬리지 않아 국악은 우리의 귀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정인지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 하여 28글자로 음률을 담았다고 했지만 천지지간에 흐르는 음악 소리를 모두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자연에서 나온 악기로 소리를 내는 국악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80년대에 단소를 안 뒤, 평소 서재에 거문고와 가야금은 세워두어야겠다 싶어 딸은 가야금을 나는 거문고를 배웠더랬다. 예부터 선비들이 즐겨 타는 백악지장이요, 소리만 나면 족한 다기에 가볍게 잡았다가 소리조차 내기 어려워 거문고를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매월당 김시습이 계유정난 후 속리산에 은거하고 있을 때 친구인 추강 남효온이 무현금을 선물했다. 속 의도도 있겠으나 줄 없는 현금으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당시 지식인들의 음악 수준이 보여 놀랍다. 거문고 명인 정대석 교수는 한 여름 더위에도 손가락 피로 거문고를 흥건히 적시며 연습했다 하고, 조선 후기 대금 명인 정약대 선생은 매일 아침 인왕산에 올라 수연장지곡을 불고 난 뒤에 신발에 모래 한 알을 넣어 신발에 모래가 가득차야 산을 내려왔단다. 이런 용맹정진 후에야 비로소 이른 바 득음(得音)을 할 수 있단다. 그래서 불자들의 '성불하십시오' 인사처럼 국악인들은 '득음하세요'로 인사한다. 1주일에 고작 몇 시간 연습으로야 득음은 언감생심이지만 그래도 낮에는 녹초가 되도록 학생을 가르치고 야간 시간에 악기를 어루만져 소리를 내니 득음을 향한 과정이 참 고달프다. 그럼에도 소리마루 단원들은 부담은커녕 이로써 오히려 힘을 얻고 있어 좋아함이 지극함을 알겠다. 방과 후 시간에 가족과 같이 시간 보내기도 부족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악기에 숨을 넣고 손때 묻히는 일을 누가 시키면 이리 하겠는가. 양악기는 튜닝을 하는데 64종이나 되는 국악기는 튜닝을 할 수 없어서 사람이 악기에 맞춰야 하므로 그저 손에 익도록 부단히 잡을 도리 밖에 없다. 이번 연주회에는 대금소리를 돋우고자 우리 청금악회 대금잡이들도 도왔다. 같은 음악을 한다는 자체로도 동지애를 느끼는데 더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다면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화음을 위해 노소가 어우러져도 그냥 좋다.

 회원 면면으로는, 교사 음악 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선생님도, 공무원음악콩쿠르에서 입상을 한 교감선생님도 있고, 단원들은 전국공무원 관현악 콩쿠르에 도전도 하고 있다. 이처럼 교단에서는 성실히 가르치고 바닥에 내려앉아 음악을 배워, 가르치는 사람은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음을 보여 갸륵하다. 게다가 아마추어의 열성에 자극받은 전공자들이 더 좋은 소리를 위해 이끌어주는 전경도 흐뭇하다. 자연의 음악을 가까이해 삶의 내공과 여유를 키워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는 모습에서 진정 좋아함을 넘어 즐기는 수준을 보겠다. 이처럼 다양하게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아름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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