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 있을까? 세계 어느 곳이든 나름대로의 특성과 문화가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은 드물다.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인 민화가 있다. 익살과 해학이 담긴 그림으로 화려하고 주술적인 의미를 담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전환된다.
일찌감치 서양이나 중국에서는 감상위주의 그림이 발달해 왔다. 우리나라는 주로 생활공간을 꾸미는 역할에 그림을 이용했는데 외형보다 정신과 마음을 담아 소박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민화는 말 그대로 백성들에 의해 백성들의 요구로 그려진 그림이다. 주로 장식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민속신앙을 반영한 민간종교의 역할도 대신했다.
잘난 척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호흡을 같이한 그림이라 다정스럽고 따뜻하고 자유로운 형태와 구도가 익살과 재미를 더한다.
최근 우리의 민화가 외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민적인 기법에 대중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각종 생활용품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민화 애호가로서 민화의 대중화에 나서고 있는 신영숙(55·민화가) 작가를 찾아가 봤다.
민화가인 신 씨는 청주 봉명동 소재 그녀의 집을 개인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 아파트 방 한 칸을 내어 하루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몇 일 밤낮을 꼬박 세어서도 작업을 한다.
신 씨는 "민화는 꼼꼼하고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그림에 한 번 손을 대면 몇 시간이고 몇 일이고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다"며 "작품이라도 하나 완성해야 그제서 겨우 손을 놓는다"고 말했다.
민화는 고구려시대의 벽화에서 시초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없고 다만 불교의 그림에서 명맥만 이어져 오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활성화 됐다고 한다.
예로부터 겨레의 그림으로 알려진 민화는 현재 미술분야 중 연구가 가장 뒤떨어진 분야다. 신 씨는 민화의 보급을 위해 지역 민화작가들을 한데모아 현대 민화연구 공동체인 충북전통민화협회를 탄생시켰다.
청주 봉명동(1565번지)에 협회 사무실이 있어 회원들과 함께 작업하고 새로운 기법도 공유한다.
신 씨의 작업실에는 십장생의 하나로 입신출세와 장수를 의미하는 학, 다산과 집안의 평안을 염원하는 연꽃, 즐거움과 행복을 상징하는 나비, 화초 등을 그려넣은 화초장을 비롯해 애기장, 병풍, 그림 등의 작품과 도자기, 접시, 쟁반, 부채, 전등, 방석, 장식품 등에 민화작품을 응용한 다양한 생활용들로 가득하다.
민화는 그림의 크기와 화폭의 모양이 자유롭기 때문에 장지·창호지·화선지·모조지·삼베·비단·광목·나무 등 소재의 구분이 없이 그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감에 있어서도 광물성 물감에서부터 화공들이 직접 만들어 쓴 식물성 물감, 유화 물감, 석채, 분채, 봉채, 접시채 등 수없이 많은 물감이 있고 붓, 손가락, 가죽붓, 불에 달군 인두로 그린 그림까지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 김수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