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아지트를 찾아서 - 무대미술가 민병구씨

아저씨네 '뚝딱공장'

2009.09.06 16:28:35

청원군 내수읍 입동리 마을 입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고물상 같기도 하고 무언가 은밀히 만들어 내는 제조공장 같이도 한 건물이 왼편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입구에는 게 전문점에서나 봄 직한 빨간 대게 한 마리가 간판처럼 걸려있다.

무대미술가 민병구(43)씨의 작업장이다.

그가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보내는 이곳은 이른 아침 6시부터 시작된다.

어김없이 아침 6시에는 제작 공장의 문이 열리는 셈이다.


민씨는 연극이나 무용, 뮤지컬 등 각종 무대의 조형미술을 책임지고 있는 무대미술가다.

지인들로부터 그는 '산적두목'으로 불리고 있었다. 호기심 많고 개구쟁이와 같은 그의 모습과 딱 어울리는 애칭이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그의 애칭이 더 정겹게 느껴졌다.

공장 한 편에 지어 놓은 우리에는 황소만한 사슴 떼가 방문객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인이 아닌 낯선 이에게 상당한 경계심을 보였다.


모두 500여㎡가 되는 공장부지에는 제작공장과 사무실, 창고, 사슴우리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공장에는 흰 백구도 두 마리나 보였다.

사무실 뒤로 돌아가 보니 깻잎이며 오이고추, 땅콩, 고구마, 토마토 등 각종 채소가 골고루 심겨져 있었다. 여름 내내 통통하게 제 살들을 찌우며 수확만 남겨 놓은 상태였다.

공장과 사무실 사이에는 쓰레기 소각 작업이 한창이었다.

각종 공연 무대에서 사용했던 소품 일부를 소각해내는 것이다.

또 공장 안에서는 무대에 사용할 정경과 공연의 분위기를 살리는 각종 소품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는 거의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하고 있었다.


공장 옆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기다란 테이블 위에 먹으로 그리다 만 소나무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원래 화가가 꿈이었던 그가 미련을 버리지 않고 틈나는 데로 붓을 잡으며 그린 그림만도 상당수다.

그는 이렇게 그린 그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올해 3월 '노정(路情)'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었고 지금까지 5차례 개인전(2인전 포함)과 100여 차례 이상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가로서의 새로운 모습도 선보였다.

그는 정식으로 동양화를 배운 것은 아니지만 어깨너머로 보고 자신이 직접 터득한 그림 기법으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청주의 가로수길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 온 그는 최근 소나무 그림을 그리면서 작가로서의 또다른 면보를 선보이고 있다.

/ 김수미기자

인터뷰 "입체그림 그리듯 무대에 옷 입혀"

"금 중에서 가장 비싼 금이 '지금'이고, 미래는 작은 보탬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항상 현재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할 때 만족을 느낍니다."

청원 출신 무대미술가 민병구씨.

괴짜다운 그의 성품과 무대미술이 마치 찰떡궁합 같다.

민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회경험을 쌓았다. 주물제작에서부터 시작해 페인트칠, 목공소 일, 자동차 정비 기술 등 무려 50여 가지의 기술을 배워 왔다.

지금은 이때의 경험들이 무대미술의 밑바탕이 돼 웬만한 일들도 혼자서 가능하게 됐다.

"생각해 보니 여러 기술을 배우는데 만 20여년이 걸렸네요. 무대 미술은 무대자체를 한 화면으로 보고 거기에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다고 생각하면 되요. 무대자체를 화면으로 조형의 언어를 찾아내는 것이지요."

그는 한 해 110여개의 무대 미술을 맡고 있다. 연극, 무용, 국악 등 지역에서 개최되는 모든 공연과 서울, 전국 방방곡곡의 공연 무대는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공연의 대본을 미리보고 그 상황에 맞는 소품을 준비해 내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그는 지난 89년 극단 새벽의 '오셀로'라는 작품에서 무대미술을 맡은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700여편의 무대미술을 맡았고 지역 대학에서도 무대미술에 대한 강의를 맡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미스맘' 무대를 비롯해 대구, 부산, 나주 등 여러 지역의 무대 제작을 맡아 오는 12월까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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