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미술가이자 한국화가인 민병구씨가 '한국예술문화명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예술문화명인'은 한국예총이 주관해 역사·문화적으로 가치를 지닌 문화예술 활동이나 장인들의 작품 가치를 인증하는 제도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무대미술을 하는 그는 전국적으로도 유명인이다.
3D업종보다 더 고된 직업이다 보니 무대미술을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 무대가 만들어지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그를 만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대미술을 후학들에게 알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본을 분석하는 단계부터 무대를 구상하고 설계하고 디자인, 소품, 장신구, 세트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소화하고 있다.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는 그 야말로 명인 중 명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청원군 내수읍 입동리에서 중부무대미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한국화가로도 꽤 유명하다.
무대제작이 한창인 그의 작업장 옆에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화실이 있다.
주로 '나무'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가로수'와 '소나무' 작품이 대표적이다.
작업실 안에는 그동안 작업한 그림들은 물론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도 눈에 뜨였다.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난생 처음 들어보는 굉음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무대 세트 제작이 한창인 작업 공장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야할 높은 천장에 사방에는 공구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여러 작업대에는 계단과 소품들을 제작하는 학생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쉴 새 없이 물건을 들어 나르고, 그 사이에서 망치질을 하고, 나무를 절단하고, 작업을 지시하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금 새 눈이 피곤할 지경이다. 기계들이 내는 소음에 머리가 하얘진다.
다음 달 연극공연을 준비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무대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부터 주말은 대부분 연극이나 무대제작을 하는 전공생들로 북적이는 공간이다.
공구나 장비 일체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데다 명인이 직접 무대미술의 실기까지 가르쳐 주니 얻어 가는 게 많은 곳이다.
작업실 가운데 놓인 난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파티에 삼겹살 구워대랴 고구마 구워대랴 공장의 공구만큼 쉴 틈이 없어 보였다.
그는 전국연극제이래 한 번도 받기 힘든 무대미술상을 두 번이나 차지했다.
앞서 첫 무대미술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두 번째 수상으로 세간의 부러움을 샀다.
그의 인생에서 그림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화가이기도 한 그는 충북은 물론이고 천안 독립기념관에도 '소나무' 작품을 걸었다.
그의 연구소가 있는 이곳이 고향이고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농사를 지어 형제들의 학비를 마련한 곳이기도 하다.
유년시절,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유독 한문에 재미를 붙여 열심히 했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그가 붓글씨 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때는 한창 만화에 빠져 만화가도 찾아가 그림도 배워보려 했으나 쉽사리 가르쳐 주는 이들이 없었다.
그저 그림책에 담긴 그림을 열심히 따라 그리는 것으로 그의 그림은 시작됐다.
지금껏 독학으로 공부하다시피한 그림 실력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고교시절부터 시작된 목공소 아르바이트, 용접, 무대세우는 일, 소품제작, 만화그리기 등 일일이 말하기도 힘든 다양한 일이 산경험이 돼 무대제작에 한몫한다고 했다.
/ 김수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