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작가로 알려진 신용일 화가가 청주 수동에 자신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인 갤러리 통통을 오픈해 누구나 부담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수미 기자직지작가로 알려진 신용일 화가가 청주 수동에 자신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인 갤러리 통통을 오픈해 누구나 부담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수미 기자"공들여 쓴 직지 원본을 흙으로 덮어버리는 작업은 끊임없이 버려야 하는 우리네 인생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독교적인 신앙의 본질을 불교의 순수 반야직관으로 연결해 현대미술의 개념적 유희를 극복하고, 시대의 진정한 인간소통을 추구하려는 '창조적 비움의 고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지혜가 담긴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예술로 승화시킨 신용일 작가.
그는 직지 원문을 진흙으로 옮겨 쓰고 그것을 다시 흙과 물로 덮는 작업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비움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이전의 원점, 즉 존재의 고향을 추구하려는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20호 작품을 기준으로 모두 1천자의 직지 원문이 들어있다. 100호의 작품일 경우 모두 5천자가 들어가는 셈이다.
글씨에 사용되는 흙조차 아무데서나 채취하지 않는다. 직지의 정기가 서린 흥덕사지나 우암산에서 채취해 일일이 물에 갠 다음 가라앉힘의 과정을 거쳐 곱디고운 황토를 말려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다. 무엇하나 그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가 없다.
"작품을 할 때 글을 쓰고 지워버리는 과정은 무의식 속에서 행해지는 것들입니다. 표현기법도 의도하지 않은 작업 속에서 우연의 효과로 얻어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다소 거칠고 부드러운 느낌에서 약간씩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의도하지 않는 무의식 속에서 창작활동을 한다. 앞으로는 직지가 아닌 훈민정음이나 한글, 성경에 등장하는 히브리어 등 흙글씨로 표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소재들을 발굴하고 공간을 활용한 입체적인 작품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일본과 호주에서 각각 개인전이 개최돼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