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지트를 찾아서 - 김정순 조각가

여자의 '보물상자'

2009.08.23 19:24:52

무형의 흙덩어리를 빚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작가에게 있어 긴 시간과 다투는 지루한 도전일는지 모른다.

그저 한 덩어리의 흙에 불과했지만 작가의 손을 타고 오랜 시간을 거친 끝에 살아 숨 쉬는 듯 한 여인으로 재탄생한다.

감미롭고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주제로 작업하는 김정순 조각가.

그녀는 시대적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인체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청주 모충동(주공아파트 2단지) 소재 김 작가의 작업장을 찾아갔다.

아직 채 수분이 마르지도 않은 여인상 몇 점이 비닐에 쌓여져 있었다.

지난 7월부터 40여 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한 작품들이다.

그녀는 현재 성화중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평소에는 작업할 시간이 여의치 않아 작품 활동에 다소 소홀했던 그녀도 여름방학이면 작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작품마다 풍만한 여체를 등장시킨다. 어머니의 편안함을 부여시킨 여인상이 주를 이뤘으나 반복되는 여인상의 단조로움을 탈피하기 위해 생활용품이나 악기 등을 손에 쥐어 또 다른 여인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작업실 옆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비슷한 넓이의 공간이 하나 더 나온다.

여인상으로 가득한 그곳은 김 작가만의 갤러리다.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했으나 한눈에 그녀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여체만 다룬 조각 작품에서부터 손에 들꽃을 든 여인상에 이르기까지 50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최근 그녀가 만든 작품에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꽃이 등장한다. 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일상적인 삶에 감성과 서정을 되살려 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조그만 들꽃 무리는 몸을 낮춰야만 볼 수 있는 소박한 행복감을 가져다 주고 오색찬란한 화려한 꽃다발은 삶에 청량감을 주는 이벤트처럼 나른한 일상을 잠시 환상의 세계로 바꿔주기도 한다.

김 작가는 이러한 꽃을 매개로 여인들의 삶을 꽃의 개화와 견주어 표현해 냈다. 일, 사랑, 욕망, 희망에 도전하는 여인들의 표정과 몸짓을 담아내고자 했다.

테라코타를 소재로 여체의 풍만함을 표현했는가 하면 대리석, 브론즈를 이용해 다양한 느낌을 표현해 냈다.

김 작가의 작업장은 여인들로 가득하다. 풍부한 표정과 몸짓이 살아있는 작품들을 통해 여인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김수미 기자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심오한 여인의 감성과 삶을 조각에 투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꽃과 여인이란 소재를 조화시켜 한국 여인의 은은한 향기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풍만한 여체와 여인상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는 김정순 조각가. 그녀는 지금까지 '여인'을 주제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최근 그녀의 작품에는 '꽃과 여인'이 등장했다.

"무형의 흙덩어리에서 숨 쉬는 듯 한 여인들을 이끌어내는 작업은 작디작은 한 개의 씨앗에서 완전한 꽃이 탄생하는 긴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인의 삶과 꽃의 개화를 견주어 일, 사랑, 욕망, 희망에 도전하는 여인들의 표정과 몸짓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녀는 여인의 몸짓하나하나에 장미, 해바라기, 구절초, 나리, 백일홍, 포인세티아, 들꽃 등을 연결 지어 여인의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화려함을 표현해 냈다.

김 작가는 "앞으로도 줄곧 여인상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여인상과 함께 다양한 소품 등을 등장시켜 새로운 여성성을 부각시켜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1995년 청주 학천화랑에서 가진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충북여성미술작가회, 토석조각회, 한국미술협회, 한국조각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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