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아지트를 찾아서 - 김상훈 서예가

도심 속 작은 서예박물관

2009.11.09 10:34:09

넓은 의미에서 예술가는 교육자로 불린다. 실제 많은 예술가들이 교육에 종사하고 있고 오랜 현장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는 작가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모름지기 학교 인근에 학원들이 즐비한 법이다.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서예, 피아노, 보습학원은 한눈에 보아도 많다 싶을 정도로 들어차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서예학원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미 들어서 있던 서예학원도 업종을 변경한지 오래됐으니 말이다.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일신여자고등학교 후문에 가면 20여 년째 문을 열은 서실이 있다.

장파(長波) 김상훈 서예가의 작업실이자 서예학원인 '장파서실(長波書室 261-51번지)'이 그곳이다.


건물 2층에 자리했는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 그야말로 글쓰기 좋은 공간이다.

가만 보니 학원 전체가 책이다.

서예관련 서적만 3천여 권이라고 했다.

장파선생이 세계 여러 곳을 돌며 모아온 서예관련 서적들로 각 나라의 문자, 글자, 한자에 관한 정보나 서예의 역사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한번 붓을 잡으면 최소 2시간 이상 글을 쓴다고 했다.

요즘은 학교 방과후 수업이다 주민센터, 평생학습원 등에서 서예반을 운영하다보니 수강생이 적어 자신을 가꾸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장파선생이 서예를 접한 것은 대학 때 일이다.

청주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생회장 출신이다.

그런 그가 서예를 배운 것은 '서도연구회'라는 학교 동아리에서 였다.

그는 "어렸을 때 새 학기마다 교과서를 달력으로 싸 일일이 손글씨로 교과목과 이름을 써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자신도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자라 학교에 들어가면 '예쁜 손글씨로 이름이나 써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에는 대모가 많은 시기였다. 학생회장인 그도 대열에 합류해 학생들과 뜻을 모아 정부에 항의하기도 하고 순탄치만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가 졸업하고 글씨만 쓰다 보니 20대가 훌쩍 넘었다. 마땅한 직업도 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80년대 학원 자율화 바람이 불고 10년이나 써온 글씨를 포기하고 취업을 하자니 아쉽고 해서 서예학원을 내게 됐다.

이후 10여년이 지나고 서예이론도 체계적으로 배워볼 겸 해서 지난 2002년 대전대학교 서예학과에 입학했다.

그때부터 중국의 서론을 우리나라 글로 번역하기 위한 작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85년에 중국의 서론을 일본어로 완벽 번역을 마친 것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 서예가로 남기보다 훌륭한 인품과 덕목을 지닌 서예가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유행에 굴하지 않고 자기개발에 혼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예술가의 혼이 느껴졌다.

/ 김수미기자

"옛것 익혀 새롭게 바꾸는 길 정진"

"화가들이 재료나 기법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서예인들은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서예발전을 위해 서예 종주국인 중국의 서론을 완벽하게 번역해 한국다운 서체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0년째 서예의 맥을 잇고 있는 장파(長波) 김상훈(52) 서예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3천년의 긴 역사 속에서 선인들이 만들어 놓은 서법을 지키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체에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가 있는데 이 중 예서를 좋아한다는 그는 모든 서체의 기본인 행서(정자)를 익혀두면 앞뒤로 수체를 구사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또 명힐들의 글을 써보는 임서의 과정이 길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며 구전수수라고 해 입과 손으로 이론과 실기를 전수해 줘야 서예의 깊이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일본 돗토리시 서도연맹 창립 30주년 기념 '한·일서예교류전'에서 한글서예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특강을 열었으며 일본, 중국 초대전·교루전을 비롯해 국내 서예전 등 지금까지 100여회에 걸쳐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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