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작가의 '흐릿한 초상' 작품들.
작업실 모습.
작품 보관 창고.
"저의 주된 작업은 여성 인물 초상이에요. 나와 다른 삶을 가졌지만 동성을 가진 그녀들의 얼굴을 통해 그녀들의 삶과 숨겨진 역사를 찾아내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여성들은 생명을 잉태하고 존속시키는 중요한 존재임에 불구하고 한 반려자로 흐릿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에서 '흐릿한 초상'이라는 작품을 그리게 됐습니다"
흐릿하지만 반짝이는 화려한 존재로 여성을 부각시켜온 이은정(여·33·사진) 작가.
그녀는 가까이서는 존재에 대해 선명함을 느낄 수 없는 멀리 갈수록 정확한 윤곽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흐릿한 그림은 관객과 그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물감을 약하게 쓴 거예요. 오랫동안 인물화를 그려왔고, 그러던 중 아주 친숙한 인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최근엔 지폐 속 인물을 화면에 옮겨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녀들의 흐릿한 초상이 지폐 속에서 나와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최근 작업에서 지폐 속 인물들을 화면으로 끌어냈다. 여기에 스토리를 가미해 밋밋한 여백이 온갖 재미있는 이야기와 상상으로 가득 찰 수 있도록 했다.
충남대 회화과와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지난 2004년부터 3년 동안 프랑스에서 재불 청년작가로 활동했고 2001년 대전 현대갤러리에서 연 'DOWSING' 전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번의 개인전과 30여 차례의 단체·그룹전에 참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