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아지트를 찾아서 - 서양화가 손순옥

2009.11.22 16:08:23

늦가을 쌀쌀한 날씨가 초겨울을 재촉하는가 싶더니 거리마다 비가 내렸다.

가만 보니 밤사이 첫눈이 내렸나보다. 놀이터 마당 곳곳에 싸라기눈이 내려 앉아 있었다.

서양화가 손순옥씨의 작업실에서 내다 보이는 풍경이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188-15번지·손미술)에 있는 그녀의 작업실.


앞이 훤하게 보이는 거리 맞은편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나무가 심겨져 있다.

봄이면 산수유가 피고 여름이면 초록이 짙어지고 가을이면 오색단풍이 드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아이들이 뛰어놀아 즐거운 곳이기도 하다. 나무들 사이에 놀이터가 있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오색낙엽도 어느 정도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들이 나름의 운치를 더한다.

손 작가가 이곳에서 작업한지도 15년째다. 이러한 주변 풍경이 도심 속 작은 숲처럼 예쁘게 보였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좋아 작업실로 정했다고 한다.


작업실(학실) 입구는 마치 쇼윈도를 연상시킨다. 통유리로 돼 있는데 그 안에는 손 작가가 그린 평면 회화부터 입체, 설치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이 걸려있다. 여기에 작가가 센스를 발휘해 계절에 맞는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그야말로 그녀만의 갤러리인 셈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수 많은 석고상과 이젤들이 줄을 지었다. 학생들과 취미생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나머지는 손 작가가 작품을 보관하기도 하고 작품을 구상해 옮기는 작업을 하는 창작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업실 통로에는 그동안 전시했던 작가의 전시소품과 도록과 엽서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또 그녀가 이전부터 선보였던 평면 회화 작품은 물론 최근의 설치작품과 공개하지 않은 몇 점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녀는 주로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칫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사물에 큰 의미를 부여해 작지만 무엇보다 강인한 존재로 확대 해석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녀의 초기 대표작 '분단여인'은 강제 납북된 남편을 가다리다 우울증에 빠져 자살한 한 여인의 삶을 분단의 비극에 비유한 작품이다. 최근 선보인 채송화나 솔방울 시리즈 작품과 확연히 대조되지만 그동안의 작업과정을 통해 다듬어진 대중과의 소통로가 지금의 작품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 김수미기자

인터뷰 - 손순옥 작자

"작지만 하나가 아닌 군락을 이루면 강한 힘을 발휘하는 채송화가 최근 작업의 모티브가 됐어요. 하나만 보면 그저 꽃에 불과하지만 한데 뭉쳐있으면 강렬한 색채를 띄는 것이 마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과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채송화에 매료된 손순옥(여·41)작가.

채송화를 소재로 각기 다른 느낌의 회화작품을 선보였다.

'가련', '순진', '청순' 등의 꽃말을 지닌 채송화가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강렬한 색채로 확대됐다. 옛 시골 담벼락이나 정원, 장독대 주위에 자라 흔하던 채송화는 이제 도심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꽃이다.

그녀는 채송화를 지성을 드리는 어머니, 우주에 수없이 존재라는 별, 문수보살 등에 비유해 마음의 평화와 포근함을 선사하는가 하면 강렬한 색채로 존재의 강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손 작가는 '솔방울', '채송화'처럼 작은 존재의 가치를 확대 해석해 존재의 깊이를 나타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전에 선보인 솔방울 소재의 설치작품에서는 순수한 자연물을 작품화한 것이다. 번거로운 작업과정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다.

솔방울을 물에 씻어 건조시킨 뒤 쫙 벌어진 솔방울에 다시 물을 먹여 드라이기로 일일이 말리며 오무라들게 하고 여기에 투명락카를 칠해 내구성과 견고함을 더한다. 여기에 아크릴 물감을 두번 덧칠해 선명한 색깔을 내고 고정액을 칠한 뒤 니스로 마감한 것이 솔방울 작품이다.

서원대 미술학과(서양화)와 충북대대학원 미술학과(서양화)를 졸업한 손 작가는 1996년 청주에서 가진 '여성과 삶'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4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4년 일본 나가사키시립미술관 브릿코홀에서 열린 '나가사키로부터' 초대전 등 1992년부터 지금까지 150여회의 단체전(기획·초대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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