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아지트를 찾아서 - 기하학적 추상화가 김재관

2013.12.08 19:50:52


청주 출신으로 '기하학적 추상화'라는 독보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한 김재관 작가가 문신미술상 열한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문신미술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최고 권위 미술상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文信, 1923~1995) 선생의 예술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문신미술관은 김 작가의 수상을 기념해 10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연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리얼리티(reality)로 끌어내 마치 풍경화가 실제의 사물을 담아내 듯 평면회화이면서도 평면답지 않은 입체적인 형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칸 영화제 출품작 '하녀'에서 자신의 작품을 극중 저택 거실에 설치해 호평 받은 작가다.
기하학적 추상화인 그의 작품 '관계시리즈'가 현대성을 상징하는 '하녀'의 영화장면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추상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실재에 내재된 비의성을 회화적 언어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하학 미술'로써의 예술적 가치를 부각시켜 작가의 미술정신과 예술적사상을 수학의 원리에 적용시켜 조화와 균형적인 탐색을 본질로 한 것이다.

그는 마치 블랙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것처럼 기하학도 절대치 모순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가 추구하는 기하학 추상은 과정의 고단함이 따르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의 기분은 '금광을 캐는 듯한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작가가 작업하는 공간은 '쉐마미술관'이다.


2009년 6월, 충북 청원군 내수읍 원통리에 개관했다.

미술관 이름인 '쉐마'는 격, 개요, 윤곽의 뜻을 내포한다.

연구실과 같은 품격 있는 미술관을 꿈꿔온 그가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충북의 많은 미술인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문을 열었다.

미술관이 있는 청원군 내수읍은 청주시내에서 10여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수름재 삼거리에서 왼쪽 구길을 따라가다 보면 도로 오른쪽에 미술관 이정표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야트막한 동산처럼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관 입구에는 10여 점의 조각 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작가는 이 근처 문의면에서 10여년 간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러다 가족과 함께할 공간을 찾아 노후를 준비하면서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지인의 소개로 터를 마련한 그는 연구실을 지을 목적이었으나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미술관과 작업실을 갖춘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청원군이지만 청주시내와 다름없는 곳이다.

충청북도 제2011-01호 1종 미술관으로 등록해 수많은 지역 작가들이 전시회를 열고 있다.

5남2녀 중 장남인 그는 유년시절 청주 북문로 1가에서 유일한 2층 집에 살았다. 당시 아버지가 청주에서 가장 큰 현대사진관을 운영해 꽤 부유하게 자랐었다.

그때의 풍요로움을 떠올리며 이제 후배들에게 자신의 공간을 내주어 마음껏 작품세계를 알릴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수미기자

-'기하학 추상화'란 무엇인가

"작품 속의 정방형이 대표적인데 단순한 조형상의 구조적 특징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상적 의미(상상)와 자연의 본성을 해석하는 차원에서 만들어낸 형상이다. 어린시절 수학이 골칫거리였다고 고백하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나는 유독 수학을 좋아해서 인지 작품마다 수학적, 기하학적 구조를 동시에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 초창기와 어떻게 달라졌나

"90년대 이후 나의 작품에서는 '그리드'를 회화의 평면성을 규정하는 방법으로 도입해 왔다. 그리드란 그 자체가 단순히 표현수단의 중심에서 다루어지는 문제이기 전에 우주 생성의 근본원리로서의 '공간적 장'과 '상징적 의미'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이러한 그리드의 가치가 내 작품을 형성하는 근본 개념이다. '그리드'는 1990년대 중반까지 세 단계의 변화를 겪으며 변화하였다. 첫째, 다원적 대비를 특징으로 한 '관계-두개의 상황'시리즈, 둘째, 의제적(fictive) 구조화를 시도한 변형 캔버스 입체회화 작품의 '관계-Fiction"시리즈, 셋째, 평형과 비(非)평형의 구조를 대응시킨 '관계-제어와 일탈" 시리즈에 이르게 됐다."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가

"중학교 2학년때 미술을 시작해 50여년의 세월동안 그림그리기에 전념했다. 1967년 첫 추상화를 그린 뒤 40여년이 지났다. 화려한 성취는 아니지만 다시 출발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삶을 통해 나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또 후배들과 함께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에 적극적이고 싶다. 매년 일본과 중국 갤러리 초청으로 전시회를 갖고 있는데 후배들도 같이 참여해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김재관 작가

-청주출생

-청주고등학교 졸, 홍익대학교 졸·동대학원 석사(서양화전공)·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 한국 추상회화 1958~2008년展 44인에 선정

-국내외 개인전 30여회(서울, 파리, LA, 도쿄, 상하이 등)

상파울로 국제 비엔날레 출품, 아세아 아트페어 뉴욕전, 시카고아트페어, 쾰른아트페어, 아르코아트페어, 바젤아트페어 출품

-전 청주대학교 예술대학장·충북예총회장·한국조형예술학회 초대회장·청주대학교 예술대학 교수(1980~2012)

-현 동아세아작가회 회장·쉐마미술관 관장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5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