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남부를 흐르는 남한강이 만든 거대한 호수인 청풍호.
이 청풍호를 내려다보는 최고의 전망 좋은 자리에 위치한 한 갤러리가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산자수려한 이곳의 갤러리는 다름 아닌 자연 속의 꽃을 염색기법으로 채색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박정우 작가가 머물고 있는 곳이다.
박정우 염색 갤러리에 들어서면 박 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각종 생활소품이 각자의 화려함을 드러내며 맞이한다.
우측으로는 중ㆍ대형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전시장이 아담하게 꾸며져 있으며 전면으로는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넓디넓은 청풍호가 최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정우 화가가 이 갤러리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4월로 20여년간의 미술교사 생활을 접고 전업화가로 전향했다.
박정우 화가의 작품들
박 화가의 염색작품 활동은 실크에 염료를 이용해 그림그리기와 염색, 그리고 바느질이 핵심이다.
주로 자연 속에 그대로 피어난 꽃을 소재로 하는 신비한 염색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가장 살아있는 자연색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마력이 있다.
염색화가인 박정우는 그만의 독특한 기법을 통해 이 자연 속의 꽃을 살아있는 느낌 그대로 표현한다.
염색에는 홀치기염, 날염, 침염, 그림염 등의 다양한 기법이 존재한다.
홀치기염은 군데군데 천을 실로 묶어서 무늬를 만드는 기법이고 날염은 기계나 손도구를 이용해 도장 찍듯 착색하는 기법이며 침염은 부분 또는 전체의 천을 염료에 담아 색을 입히는 기법, 그림염은 말 그대로 천에 그림을 그려 넣는 기법이다.그러난 일반적인 이런 기법과 달리 박 화가의 염색기법은 파라핀염이다.
보통의 염색기법이 표현의 정확도에 한계가 있는 반면 박 화가의 파라핀염은 그 구사방법이 다름에 따라 정확한 색상의 표현이 가능하다.
양초의 원료인 파라핀으로 염료의 번짐을 막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에 원하는 색상을 정확히 입혀 원형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다.
작업방법을 알아보면 먼저 염색할 천을 나무틀에 압핀으로 팽팽하게 고정시킨다. 자수틀을 이용하는 원리로 새 천일 경우 빨아서 사용한다.
이후 연필로 천에 밑그림을 그리는데 실크일 경우 연필선이 남는 것이 싫으면 종이에 그려 천 밑에 깔고 그린다.
염료를 칠하면 번지므로 파라핀으로 번짐을 막아 준다.
초등학교 때 크레파스나 양초로 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칠하면 그 자리에는 묻지 않는 원리와 같으며 파라핀은 덩어리로 돼 있는데 잘라서 냄비에 넣어 불 위에 올려놓고 녹이는 데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파라핀이 녹으면 붓으로 파라핀을 찍어서 윤곽선에 그린다.
여기에 염료로 색을 칠한다. 염료는 수채화처럼 물로 농도를 조절하고 색과 색을 섞을 수 있으며 파라핀으로 윤곽선을 그렸기 때문에 염료의 번짐을 막아 준다.
예를 들어 꽃을 그릴 경우 먼저 연하게 분홍색을 칠한 다음 마르면 파라핀을 녹여 꽃을 그려 준 후(결국엔 연분홍꽃이 됨) 파라핀이 굳으면 다시 더 진하게 분홍색을 칠하고 또 파라핀으로 꽃을 그리고(진한 분홍꽃이 됨) 이렇듯이 연하고 밝은 색부터 그림을 계속 파라핀으로 덮어가며 색상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한다.
천이 마르면 나무틀에서 떼서 천 위,아래에 신문지를 놓고 다리미로 다리면 파라핀이 녹아서 신문지에 배어 나온다.
파라핀이 배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신문지를 갈아 주면서 여러 번 다린다.
마지막으로 찜통에 넣어서 찐다. 주방에서 쓰는 찜통을 이용하는데 물을 넣고 구멍 뚫린 판을 놓고 그 위에 접시 그 위에 신문지를 접어서 놓는다.
염색한 천은 위,아래 사이사이에 신문지를 잘 펴서 차곡차곡 찜통에 쏙 들어갈 크기로 접어서 놓고 그 위에 또 신문지를 접어서 놓고 찜통 뚜껑은 타월로 싸서 덮는다.(신문지로 싼 염색한 천을 찜통 손잡이에 끈으로 묶어서 매달아도 된다)
김이 나고 30분 정도 찐 후에 꺼내서 다려 준다.
이 같은 작업방법에 대해 박 화가는 "이것은 파라핀염의 정말 기초에 불과하다"며 "그림이 커지고 복작해지면 과정도 훨씬 번거롭고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박 화가의 작업시간은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작의 경우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한편 박 화가는 평면에 불과한 작품에 입체감을 주기위해 바느질도 작품의 한 기법으로 활용한다.
뒷면에 천이나 솜을 덧대어 윤곽을 바느질함으로써 입체감을 주는 식으로 가방이나 모자, 넥타이 등의 생활용품도 멋지게 만들어낸다.
그의 정성이 가득한 작품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싶다는 소유욕이 저절로 일어난다.
제천 / 이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