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북한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엔인권이사회, 유럽연합, 국제사면위원회(AI),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인권연맹(FIDH) 등 각종 국제사회 단체들이 한결같이 북한 인권문제를 이슈로 제기해왔다. 지난 12월 17일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다. 유엔 산하 인권 관련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컨센서스로 통과시킨 후 약 한 달 만에 유엔 본회의에서도 통과된 것이다. 이처럼 유엔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 20년째다.
유엔 인권결의안은 국제사회에서 공동으로 제기하는 문제라 개별국가나 단체가 제기하는 인권문제보다 무게감이 실린다. 2024년에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은 과거와 비슷한 인권침해가 적지 않게 담겨있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지적을 도외시하다 보니 동일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사회통제가 엄격해지면서 인권침해가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특히 결의안에는 최근 북한이 만든 법·제도적 장치나 정책 등을 처음으로 거론하면서 인권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3대 악법으로 알려진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은 주민의 사상, 양심·종교·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제한하는 대표적 법이다. 법을 위반하면 한결같이 법정최고형인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규정이 담겨있고 실제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법은 최근 북한에서 주민들의 통제가 얼마나 엄격해져 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제도적 장치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한,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적대국의 영화나 녹화물 과 관련된 문화콘텐츠는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청년교양보장법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년들이 외부사조에 다가갈 수 없도록 교육하는 것이고,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외래 혹은 남한식 말투를 사용하거나 유포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부사상이나 문화에 대해 적대감을 표출한 것이다.
여기다가 2023년 12월에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언한 것도 문제가 있음을 결의안은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에 남아 있는 이산가족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유엔 결의안에는 기존의 국민인권을 제약하는 모든 관행과 법률를 폐지하거나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다. 당사국의 정치·도덕적 의무 수준 정도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인권결의안이 채택될 때마다 내정간섭이라고 항변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 너희들 국가의 인권이나 신경 쓰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북한 인권이 유엔에서 논의된 이후 매년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이 채택된 다음 날도 노동신문을 통해 "'북인권문제'를 날조하여 내들고 우리에 대한 국제적인 '인권'압박 분위기를 세워보려는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결의안에 새롭게 지적된 법이나 정책은 북한체제가 점차 폐쇄화되어 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들이다. 폐쇄적인 체제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는 국민을 착취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권력자나 소수 엘리트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시스템을 억압적인 구조로 변모시키기 때문이다. 로빈슨(James Alan Robinson)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민을 착취하는 국가는 실패한다고 진단한다. 인권착취가 심각해져 가는 북한체제가 실패할 때까지 기다려야 우리의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