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선언은 한마디로 북한 핵에 대한 한·미의 대응방안이다. 북핵의 점진적인 진화는 한국 안보의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고 최근에는 7차 핵실험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 안보만 아니라 미국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다. 이런 여건에서 동맹관계인 한·미가 북한 핵에 대한 공동 대응의지를 천명했다. 선언문에는 확장억제 강화,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 강화,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양국 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현
선언문의 내용 중에도 북핵 확장억제가 가장 눈에 띈다.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것이란 약속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한국에 핵을 사용하면 미국도 즉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핵협의그룹을 만들어 핵억제와 대응, 나아가 방어와 공격까지 논의하겠다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이러다 보니 이번 선언이 핵공유다 아니다라는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북한이 핵 도발을 할 경우 미국이 자국의 핵사용을 동의했다는 것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배려다. 향후 미국은 핵탄도미사일 잠수함을 비롯해 핵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정례적으로 오면 확장억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한미동맹이 진일보한 조치이며 동시에 북핵의 위협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확장억제에 대한 양국의 의지가 분명해 짐에 따라 한국에서는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었던 자체 핵 개발 주장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 같다. 사실, 한국이 자체 핵을 개발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난관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고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핵 개발이 파장이 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확장억제를 확실하게 담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우리의 입장에서도 핵위협과 안보불안이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양국의 타협점이 이번 워싱턴 선언에 그대로 담겨있다.
-선언 이후의 과제는?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들이 이루어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과제가 있다.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워싱턴선언으로 확장억제는 가능하겠지만 핵을 해체하는 소위 말하는 비핵화의 문제는 남아있다. 북한이 지금처럼 핵을 보유하고 그것을 계속 고도화시켜 나갈 경우, 확장억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선언의 목적은 확장억제를 통해 북한의 핵사용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에 강력한 핵 보복능력을 보여주면서 핵을 사용해서 안된다는 엄중한 경고다.
확장억제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에는 강력한 대응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워싱턴선언으로 억제효과를 가져왔다 할지라도 핵의 진전을 막을 방법이 없다.
북한은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을 통해 위싱턴선언을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우리는 핵무기의 제2임무에 더 완벽해야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북한에서 핵무기의 제2임무는 핵사용이다. 이는 핵사용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최근 전술핵을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의 양산 및 실전배치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북한은 핵에 대해서도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다. 여기다가 워싱턴선언으로 북한이 중·러와 밀착할 경우, 북한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워싱턴선언으로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력은 확보했지만, 비핵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인 셈이다. 이제 비핵화를 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