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과 일본의 유화적인 외교적 언사가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까? 북한은 작년 10월 기시다 일본 수상의 야스구니신사참배에 대해 "침략과 전쟁으로 다른 나라와 민족을 지배하며 번영하려는 강도적 야망을 추구하는 일본이 가닿게 될 종착점은 완전한 파멸이다"라면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런데 2024년 1월 첫날 일본 노토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재빠르게 위로 전문을 기시다 총리에게 보냈다. 화답이나 하듯이 기시다는 2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재의 북일 관계에 대한 현상 변경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또 곧바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기시다수상의 이번 발언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북)일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것이라면 긍정적인것으로 평가되지 못한 리유가 없다"면서 진전된 반응을 내놓았다. 물론 김여정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북일의 외교적 행위는 영원한 적과 영원한 동지가 없다는 국제질서의 진리를 새쌈 느끼게 한다. 북일이 왜 이러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을까·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닿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다. 북일 앞에 가로놓인 일본인 납치문제, 한미일동맹, 북핵 등 이런 것을 중 일부는 양측이 만나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문도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일 당사자의 문제여서 성사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 일본인이 북한에 납치된 숫자는 북일 간에 차이가 있다. 일본 측은 17명, 북한 측은 13명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일본으로 5명만 귀국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전향적으로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해 2월 일본의 납북피해자 가족모임과 지원단체는 피해자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피랍자 일괄 귀국이 실현되면 일본정부의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 해제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기시다는 같은 해 5월에 납북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북일관계의 정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일본은 북한과 만남을 위해 국내의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일본은 어떤 형태로든 납북자 가족의 고령화로 인해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더구나 9월에 자민당 총재의 선거가 있으니 기시다로서는 다급하다. 일본이 물밑 접촉에서 유연한 방식의 납북자문제를 제시한다면 양측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보인다. 납북자 문제를 고리로 해서 북핵문제 등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 한반도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고 일본도 남북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북한 역시 점차 견고하게 되어가는 한미일관계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 현재의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외교로서는 북한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특히, 김정은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지방공업의 발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지금의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일본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미 작년부터 제3국에서 이루어진 상호접촉과정에 북한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정황을 보면 북일 정상 만남 가능성이 꽤나 있어 보인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한미의 협조도 필요하다. 북핵, 미사일 등의 문제도 의제에 오를 수 있어 한미를 패싱하는 일본의 독자적 행보는 어렵다. 결국, 북일의 접촉은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우리는 일본과의 협력창구를 더 긴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