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한미동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논쟁은 아프가니스탄처럼 한국에서도 미군이 떠난다는 가정을 대입한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우리와는 다르다거나 그와 유사한 혼란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군철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논리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한미동맹을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쟁이 자리하는 곳에는 동맹이 등장했다. 동맹은 전쟁에 대비하거나 전쟁 후에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러한 사례는 기원전부터 있었다. 그리스 도시국가들 사이에 주도권 싸움이 전개되던 시기에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가 주도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그것이다. 중세에 한자동맹과 같은 경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국가나 영토라는 개념이 없는 시기였다. 세력의 확대나 국민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동맹은 19세기가 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19세기 전반기 라인동맹, 신성동맹, 4국동맹 등이 존재하다가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가 등장하면서 동맹의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국가 간 이합집산이 나타났다. 비스마르크는 3개월 정도의 이탈리아와 군사동맹, 3제동맹, 3국동맹 등을 맺으면서 독일연방을 수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맹을 활용했다. 주변국가들 대부분과 동맹을 맺은 것이다. 이러한 동맹은 1,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도 나타났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동맹은 국제질서의 변화와 전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다.
한미동맹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막바지에 한국정부는 미국에 안보협력을 요청했고, 휴전 후 바로 양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이 출발했다. 2023년이 되면 70년이 된다. 동맹의 기간으로 따진다면 유래가 거의 없다. 원래 동맹은 군사동맹이지만 그에 수반해서 양국의 외교, 경제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오래전부터 한미동맹의 현상유지에서부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현상유지라는 측면에서는 동맹의 원인 제공이 북한이었고, 북한의 도발적 태도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동맹은 그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미동맹의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의 해체나 재조정을 요구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협정서 제6조를 보면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기도 하지만, 조약 당사국이 타 당사국에 통고하면 조약은 자동 폐기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한 국가가 결정해서 통보하면 실행될 수 있다. 최근 동맹해체는 별로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전환, 2007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2009년 21세기 '포괄적 전략동맹' 선언 등은 한미동맹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면, 이 또한 동맹의 성격이 변화될 수 있는 요인이다.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동맹은 늘상 시험대에 오른다. 동맹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변화해야 한다. 전환기적 시대에 알맞은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이 시기 한미동맹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동맹은 관련국 간의 안보에 대한 이익을 비롯해 다양한 이해가 공존해야 한다. 그래서 이념적 문제를 떠나 안보에 대한 현실적 이익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둘째, 미·중의 세계패권전략으로 세계질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패권을 추구하는 국가들과 이해관계가 연결돼 있다. 적당하게 미·중 사이를 오갈 수 있다는 생각은 국제사회에서 환상에 불과하다. 동맹을 해체한다고 안보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지속하면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셋째,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국들의 협력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 당장에는 북학 핵이 문제다. 우선, 북한 핵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전략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