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문제가 상호간 체제대립이나 경쟁 중심의 논의에서 점차 통일과 통일에 대비하는 문제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통일이 이제 우리의 단순한 희망이나 관심영역의 차원을 벗어나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을 둘러싼 통일여건의 변화가 통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대비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체제나 제도를 통일했다고 할지라도, 통일의 완성은 아니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통일 이후에도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게 노정되었다. 다시 말하면 체제가 통일되었다고 할지라도 통일된 체제 내에서 삶을 영위하는 구성원들이 사회문화·제도 등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상호 공동체의식을 지닐 수 있었을 때, 통일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협력이 중요하다. 최근 남북관계 분위기에 편승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남북교류협력을 검토하거나 실제 추진 중에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협력이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다. 성공한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맞는 사업을 선택하여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이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원도의 연어부화사업이나 금강산 병충해사업, 경기도의 평양 강남군의 협동농장조성사업, 전남의 평남 대동군의 농업협력사업, 전라북도의 황해남도 신천군의 농기계지원사업과 평안남도 남포시의 축산지원 사업, 경남의 평양 강남군과 농업협력사업, 제주의 감귤 및 당근 보내기사업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사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사업도 적지 않다. 현재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실패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보다 성공적인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지방차원의 통일인프라구축 작업이 필요하다. 지방통일인프라는 제도적, 인적, 재정적 측면에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장치들이다. 제도적 인프라는 조례, 규칙 등이 이고 인적 인프라는 교류협력과 관련한 행정인력, 전문인력, 시민인력, 재정적 인프라는 교류협력을 위해 필요한 재정적 지원과 관련된 기금 등이다.
충북도의 경우 2008년 '충북도남북농업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남북교류협력위원회도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다. 황해북도 봉산군 천덕리를 대상으로 몇 차례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08년~2009년에 걸쳐 농자재와 생활품을 북측에 제공했다. 충북도의 여건에 부합하는 농업과 인도적 분야를 선택해서 북측에 지원했다.
충북도가 광역시임에도 북측의 봉산군 덕천리를 대상으로 교류협력을 선택 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북교류를 시작하면서 과시적이고 형식적인 면을 벗어나 실질적이고 생활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과거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협력사업의 실패 원인 중에 하나가 과시적 교류협력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제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천시는 북 고성군 삼일포 과수원 사업을 했다. 2004년 북 고성군이 과수사업을 위해 종자교환 및 기술교환사업을 시작으로 진행되어, 2007년에는 신계사가 있는 인근에 관광농원 조성사업으로 까지 진전되었다. 특히 이 사업은 북 고성군인민위원회와 합의 하에 수행되었다는 점에서 남북 지방자치단체 간 직접교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충북도가 보다 남북교류협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통일인프라를 보다 구체적으로 구축해야한다. 관례 조례가 현실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시행령도 필요하고 통일기금관련 조례제정도 해야 한다. 대북교류협력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기구도 필요하다. 담당 공무원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위원회도 보다 명망가 중심으로 구성하기 보다는 실무적인이고 전문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통일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