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지원하겠다는 친서를 보냈다. 이 친서는 22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개인 담화형태로 밝히면서 알려졌다. 미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극복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 관계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북한에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김여정의 담화 제목인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는 조미 두 수뇌분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보여주었다'에서 나타나듯이 두 정상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만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지도자가 당장에 만남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관계개선의 필요성은 서로 인정한 것 같다. 선거를 앞 둔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관리할 수 있고 북한은 코로나19와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당면한 문제는 코로나19 방역이다. 이미 국제기구들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물품을 북한에 지원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북한에 지원하기 위한 코로나19 방역 물자를 북한에 보냈다. 마찬가지로 같은 달 국경없는의사회도 북한에 전달할 수 있는 의료용 물품을 준비했다. 물론 유엔의 대북제재위원회에 면제 승인을 받은 것이다. 현재까지 북한에 전달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북한으로서는 현 단계에서 인도적 지원 제의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단순하게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으로 본다면 받아들일 것이라는 부문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북한은 국제사회의 방역물자 지원에 동의했다.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사실, 북한은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열악하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물품조차 부족하고 그것도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북한에 발생한다면. 현재의 북한 보건의료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다가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무작정 외면할 수 없다. 미국의 이번 제의를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남한도 미국의 대북 방역물자 지원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남한은 북한에 방역관련 물품 지원을 조심스럽게 모색해 왔었다. 정부 관련 단체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방역물자 지원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남한은 과거 신종 플루·에볼라바이러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이 나타났을 때 대북 방역지원 경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제의를 수용한다면 남한의 방역지원을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북한의 그동안 행보를 본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가 중국에 발생하자 곧 바로 '중앙 비상방역지휘부'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대비에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달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초특급방역조치를 지시까지 했다. 동시에 북한은 러시아,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항공, 철도, 선박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북한으로서는 이들 국가와 국경폐쇄는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외부와 단절을 택했다. 북한으로서는 코로나19에 대해 매우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북한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당장에는 없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세계적인 추세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청정지역으로 남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 역시 이를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이번 제의를 쉽게 내치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남한의 대북방역지원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지원을 북한이 수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