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정책 중 가장 특징적인 것 중에 하나가 과학기술 중시이다. 이미 선대에서도 강조된 것이기는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과학기술의 중시가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다. 2012년 열린 4차 당대표자회의에서 제시한 지식경제강국은 과학기술을 원동력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지식경제강국 건설의 중요한 목표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내세우고 있다. 전민과학기술인재화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을 대학 졸업 정도의 지식을 소유한 지식형 근로자나 과학기술발전의 담당자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들도 적지 않다. 2019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가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다그쳐야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2015년에는 교육법의 개정을 통해 '온 사회회 인테리화'를 '전민과학기술인재화'로 대체했다. 과학기술인재화가 정책 수준을 넘어서 국가의 방향지표로 삼는 수준까지 나아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문이 교육분야다. 교육분야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당장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교육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제도나 교과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 부문의 교육제도의 개편은 2012년 12년제 전반적 의무교육을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12년제 의무교육 발표에 이어 2013년에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강령을 제시했다. 그 내용을 보면 기술교육관련 부문에 대한 개편이 대폭 이뤄졌다. 중학교 과정의 일반교과 목표를 중등일반지식을 기초로 한 정보기술교육과 기초기술교육 습득에 두고 있다. 초급중학교(중학교)와 고급중학교(고등학교) 과정에 기초기술교과를 신설하고, 고급중학교부터 교육한 '콤퓨터' 교과목을 초급중학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앞당기고 과목명칭도 정보기술로 변경했다.
또 고급중학교는 일반 고급중학교와 고급기술중학교로 분리했다. 고급기술중학교는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일종의 직업교육 중심이다. 단순한 기능공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술인재 후비 육성의 튼튼한 토대'가 구축하는 인재양성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술중학교가 설립됐는데 IT관련 학교는 전국 광역시도단위에 1개 수준에서 개교하고 기타 기술중학교는 그 지역의 산업여건에 맞는 학교가 신설되고 있다. 이런 고급기술중학교가 2020년 기준 약 300여 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실천형 기술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전문학교를 직업기술대학으로 개편하고 공장대학 등도 정비 중에 있다. 종합대학은 연구형인재 양성기관으로 지정해 기술연구를 독려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장 근로자, 농민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원격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원격교육은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경우는 이미 2010년부터 시작해왔지만 2020년 원격교육법을 제정하면서 노동자나 주민들이 대학의 기술교육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처럼 원격대학이나 원격학부를 신설해서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이 약 26개 정도이고 학생 수도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대학 연구소 등에서 발명품이나 첨단기술을 소개하거나 국제학술지에 논문 게재도 증가하고 있다. 일정부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의 목표가 주체형 인간양성이고 과학기술 발전에서도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과학기술 발전은 자율과 개방성을 있을 때 가능했다. 북한은 사상이 투철한 인재가 과학기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편 이후에도 사상교육의 비중은 그대로다. 북한이 지금 노력하고 있는 과학기술발전에 정치사상이 발목을 잡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