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외래문화 모방으로 처형받았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간접적 전언으로 들려오는 수준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적어도 외래문화 특히 남한문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흥미로운 대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북한도 이에 대응해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공포해 외래사상이나 문화를 시청,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남한문화를 경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한문화는 자본주의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보고 때문이다. 특히 체제의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한 1990년대에 이르면서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문화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더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시장이 확산되면서 주민들은 남한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층에서 적극적으로 남한 말, 영상, 노래나 패션 등에 호기심을 표출하고 있다. 급기야 2021년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해 청년들에게 사회주의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 법의 41조에는 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 16가지를 나열하고 있는데, 이 중에 '우리나라 노래를 왜곡하여 부르거나 우리식이 아닌 춤을 추는 행위, 우리 식이 아닌 이색적인 말투로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쓰는 행위, 우리 식이 아닌 이색적인 옷차림과 몸단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청년들이 외래문화를 따라 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제정해 문화어가 아닌 외래어나 남한식 말투까지 단속하고 있다.
북한은 체제성립 이후 북한식 사회주의 문화를 고수해왔다.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우리식 사회주의, 우리민족제일주의 등을 내세우면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폐쇄적이고 정치성이 강한 문화가 주민들의 행위양식을 규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와 문화가 만나면 거부하거나 반발하기도 하지만 수용되거나 변형되기도 한다. 문화는 속성상 수용세력이 있으면 확장성을 지닌다. 대체로 기존의 권력이나 주류의 사회세력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면 유입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쉽지만 거부하면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다. 북한은 벌써 기존 문화와 외래문화와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간 갈등은 기존 문화가 변형되거나 새로운 문화로 대체되기도 한다. 북한에서 적지 않은 주민들은 남한문화가 자신들의 문화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문화라고 배척해왔는데 막상 접해보니 다르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남한문화에 호기심을 보이거나 동조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문화갈등은 어떻게 될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사회 전반에 변화가 진행되어 체제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단언하기 힘들지만 유입되는 문화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힘들다. 법이나 제도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완벽하게 단절된 폐쇄국가가 아니면 말이다. 물론 북한은 폐쇄적인 국가이지만 문화유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이미 북한 내에 남한문화를 경험했거나 동경하는 적지 않은 주민들이 있다. 문화 따라하기를 넘어서 동화현상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문화를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어렵다. 지금 시대에 외래문화 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이 남한문화를 만날 기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남북주민들의 상호이해를 넓힐 수 있고 통일 이후 갈등을 축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남북문화가 만나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한번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