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도자에 대한 정치적 상징조작이 유달리 강하다. 기념비나 상징건물 건축, 기념일제정, 개인에 대한 미화, 집단적 의례, 공연 등을 통해 지도자의 권위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김정일 80주년 생일인 16일 전부터 북한은 그동안의 기념행사에 더해 제1차 광명성절경축 인민예술축전까지 개최했다. 80주년이라는 정주년의 의미도 있지만, 상징조작을 일상화하고 있는 북한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문이기도 하다.
정치에서 상징조작은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지배하는 일종의 기술이다. 상징조작을 통해 개인을 권위화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상화까지 가능하다. 한편에서는 지배의 정통성을 확장하면서 피지배계층을 설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체로 독재국가에서는 전자의 경우가 강하게 나타나고 보통의 국가에서는 후자가 더 많이 나타난다. 현대국가에서 정치지도자들도 개인의 업적 PR, 각종 행사, 이미지 메이킹, 언어, 이데올로기 등을 활용해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유도한다. 상징조작의 수단과 방법은 다양하다. 단지 그것을 어느 정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징조작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대체로 국민들에게 합리적 설득을 넘어 권력에 복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정치에서 상징조작은 늘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권력자들은 상징조작을 통해 권력을 권위화 하려는 미련을 떨쳐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메리암은 대중의 정서와 감정을 적절히 이용하는 방식을 미란다로 표현했다. 그는 합리적 방식이 아닌 감성을 이용한 미란다 방식이 권력에 대한 감정적 예찬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 상징조작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래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징조작은 제약을 받는다. 다양한 견제 장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된 국가의 경우 상징조작은 위험성이 높다. 개인이 권력을 절대화하고 자신을 우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상징조작은 주민의 정서와 감정을 적절히 이용하는 미란다 방법을 사용한다. 이 경우 지도자를 연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징물이나 언어를 쏟아낸다. 그동안 북한은 주민의 정서와 감정을 적절히 이용하여 지도자에 대한 찬미와 열광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복종심을 유도하고 지도자를 우상화해왔다. 독재주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상징조작이다.
이번 광명성절 행사에서도 북한은 그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광명성은 김정일의 별칭이다. 지도자의 별칭을 하늘의 별로 상징하는 것부터가 특이한데, 그가 사망한 이후에는 광명성절을 아예 국가적 명절로 제정해 전주민이 기념하고 있다. 광명성절이 되면 전주민이 동원된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광명성절요리기술경연이나 각종 기념공연은 그동안에 있었다. 올해는 인민예술축전을 추가시키고 기념주화까지 발행했다. 광명성절의 기념행사를 통해 김정일과 관련된 언어, 그림, 음악, 영화, 이미지, 기념물 등과 같은 상징물이 등장시키고 주민들에게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했다.
이러한 북한의 상징조작은 점점 강화되어 가는 모습이다. 이미 김정일 사후 그의 생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해 태양절과 함께 국가의 최대명절로 지정했고 김정은 스스로에 대한 권위도 상징조작을 통해 강화해 가는 중이다. 최근 김정은에 대해 수령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수령이라는 용어 자체가 신성불가침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또 하나의 언어를 통한 상징조작이다.
지금 김정은은 선대의 위상을 강화하는 조치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선대의 존중 차원을 넘어서 신화를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백두혈통인 김정은 자신도 그 반열에 다가갈 수 있다. 다양한 상징조작을 통해 선대를 미화시키고 주민들은 그것에 학습 내지 동화되어 감정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가라는 극장 속에서 신화가 만들어지는 일종의 극장국가다. 권력을 신화화하는 작업이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주민들에게 효과를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