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새마을운동

2022.03.28 14:35:03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북한이 최근 농촌발전에 유달리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은 올해를 사회주의농촌의 새로운 발전이 시작되는 첫해로 선언했다. 일시적인 식량증산을 위한 생산독려 수준이 아니라 발전전략과 장기적인 발전계획까지 제시하고 있다. 농촌발전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 의지표명은 지난해 12월 당중앙위원회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농촌발전의 위대한 새시대를 열어나가자'는 보고문을 통해서다. '새로운 사회주의농촌건설 강령'으로도 불리는 이 보고문은 한마디로 농촌 면모·환경을 변화시키는 농촌혁명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각의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격상시켰다.

북한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식량생산량 하락은 물론이고 농촌주민의 생활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은 지속되어 왔지만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김정은의 이번 강령은 이러한 농촌을 근본적으로 혁신시키고자 하는 전략이다. 강령에는 농업근로자들의 혁명적 농업근로자로 개조, 나라식량문제 완전 해결, 농촌주민 생활환경 획기적 개조 등을 중심과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농업근로자들의 사상을 개조시켜 농촌혁명가로 준비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농촌발전을 시키겠다는 방안인 것이다. 북한식 농촌발전방식이다. 북한은 이를 당면한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그만큼 농촌발전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모델로 양강도 삼지연시를 제시한다. 삼지연시는 2018년부터 김정은의 지시로 산간 문화도시의 훌륭한 표준이자 이상적인 본보기 도시로 재개발에 착수했고 다음해 10월에 개발 공사가 완료됐다. 북한은 이 도시를 농촌진홍의 표준으로 삼고 모든 농촌을 삼지연시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제 삼지연시는 백두혈통의 뿌리라는 상징적인 도시로써 뿐만 아니라 농촌의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모든 도시를 이렇게 살기 좋은 농촌으로 꾸리겠다는 것이 북한이 내놓은 농촌발전 복안이다.

삼지연시가 새로운 농촌모델로 등장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건설과정에 필요한 대부분 자재를 삼지연시 자체의 재료를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건축자재를 만들거나 원료를 절약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지방원료에 기초해 건축자재를 개발하고 생산해 공사를 진행했다. 어떻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서 삼지연시가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맞받아 뚫고 나가면서 백번 쓰러지면 백번 다시 일어나 끝까지 싸우는 견결한 투쟁정신의 결과로 삼지연시가 부유하고 문화적인 사회주의 이상촌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당의 농촌발전정책의 결과물인 삼지연시의 모습을 다른 지역의 농촌도 따라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새로운 농촌건설은 대중운동으로 나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 대중운동은 일상화된 노력동원사업이다. 당이 주축이 되어 인민을 독려하고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북한 대중운동의 본질이다. 대중운동이 전개되면 본보기 대상을 선정하고 그 본보기를 따라하는 경쟁운동이 펼쳐진다. 심지연시가 본보기가 되고 다른 시·군도 따라하기 시작하면 대중운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동안 대중운동이 주로 공업분야에 집중되었다면 지금은 농촌이 대상이다. 남한의 새마을운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북한식 새마을운동으로 부를만하다.

그러나 북한식 새마을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제약을 지니고 있다. 자력갱생 중심의 농촌발전이 일부 지역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농촌마을은 자체 발전 역량을 지니지 못한 게 북한 현실이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미치는 영향이 지방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여기다가 농촌발전에 사상혁명이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상황에서 농업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전에 기여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농촌발전에 대한 강령까지 내놓는 것을 보면 농촌발전의 절박함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체제가 지니고 있는 폐쇄성을 유지하는 한 북한식 새마을운동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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