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관계가 최근 들어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유발자로,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자로 낙인되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지지해 줄 상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북한에 대한 비호나 식량을 제공하는 등을 통해 상호 필요한 부문을 충족시켜주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두 국가는 공동의 적을 미국으로 삼고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유엔대표부는 미국이 인권이라는 잣대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또 같은 달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에 대해 북한이 요구하는 한반도 내 정세 안정을 위하여 대규모 연합훈련을 포함한 역내 모든 군사 활동을 멈추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부응해 북한은 지난해 4월에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자 나토가 러시아를 상대하기 위한 목적의 동맹 확대를 추구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회원국을 순차적으로 늘리고 있다면서 그 뒤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가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북·러는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면서 관계를 견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양자의 관계를 지난해 10월 김정은 위원장은 "미래지향적 백년대계를 구축"하고 "공동의 행동 강화"를 해나가자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이러한 속셈 뒤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두 국가가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과 연결된다. 북·러 모두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상황에서 자기편 만들기가 필요했던 가운데서 나온 전략적 행보다.
이렇게 북·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상황 속에서 군사적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9월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미사일개발과 정찰위성 기술과 관련한 첨단 군사기술을 교환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푸틴은 북한의 우주개발에 러시아가 도움을 줄 수 있고 군사협력도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겠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러전쟁에서 북한제 포탄이 사용되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북한의 3차 정찰위성은 러시아 기술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러의 이러한 군사기술협력은 반미 연합이라는 범위를 넘어 세계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문이다.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북·러가 가까워질수록 북한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기술이 점차 고도화될 수 있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도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행위를 보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작년 7월에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인 화성-18형 발사, 8월 정찰위성 발사를 놓고 미국 등은 제재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반대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러시아나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입장에서 이러한 안보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 향후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를 적극 활용하면서 미사일이나 정찰위성 등의 실험이나 연합군사훈련을 할 가능성이 있다. 북·러의 밀착이 한반도 안보의 불확실성을 점차 높이고 있다. 우리로서도 대응이 필요하지만, 그 대안이 마땅치 않다. 당장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