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지원, 모니터링 해야

2019.06.17 18:09:54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북한 식량지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적 지원이냐 비핵화의 우선이냐에 따라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인도적 입장에서 서 있는 사람들은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주민들 중 취약계층을 위한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은 이미 2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유엔에 식량지원을 요청했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직접 실태조사까지 했다.

 WFP는 북한 주민 중 6.6%인 380만 명 정도가 심각한 식량 부족한 상태고 44%인 1천100만 명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WFP의 이러한 입장이 나오자 말자 우리 정부의 식량 5만t 지원 계획이 흘러나왔고, 서울시에서는 UN기구를 통해 100만 달러를 북한 식량구입을 위한 인도적 지원 구상을 내놓았다. 남북관계의 개선에 전력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더 이상의 지원도 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또 하나는 비핵화해결을 우선시하는 경우다. 지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재제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비핵화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행위는 북한이 유엔을 통해 식량지원을 요구해 놓은 상태에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과의 협상전략일 수 있다. 당장에는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으면서 미국과의 협상도 유도하는 이중적 전략이다. 북한이 다급하지 않으면 핵문제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식량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한 상황에서 우리가 외면하기는 힘들다. WFP는 2018년 약 490만t, 2019년도는 420만t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이후 매년 430만t에서 480만t 정도 식량을 생산했다. 식량 수요량을 약 550만t으로 추산한다면 60만t 가량 부족하다. 이 정도 부족량은 그동안 매년 지속돼온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가 10년 내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보다 심각한 것은 내년이다. 올해 식량 생산량이 내년에 소모된다는 점에서 본다면, 2019년도 생산량은 2020년도 소비한다. 올해 식량생산 부족이 예년의 수준보다 높기 때문에 식량수급 문제는 내년이 훨씬 심각하다.

 그렇다고 올해 북한 식량부족을 보면서 방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원을 하더라도 북한 식량사정에 대한 실태파악이 정확해야 한다. WFP 실사단의 조사활동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이 지정하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조사의 생산량이나 소비량의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이는 북한의 폐쇄성과도 연결돼 있어 현실적인 한계성이 있는 부문이다.

 북한 식량부족이 분명해 보이고 또 핵문제 해결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식량지원을 반대 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식량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도 난감할 수 있는 부문이다. 당장에 베트남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자에 베트남으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았다는 보도를 했다.

 2차 북미회담 당시 북한은 베트남에 차관형태로 30만톤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지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노동신문 보도에는 언급이 없다.

 우리 정부로서도 좀 더 다급해졌다. 북한 식량지원은 필요하다. 그것은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고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한다. 북한 영유아나, 노약자 등 취약계층에 갈 수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 지원대상에게 분명하게 전달된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도 식량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한다. 북한 식량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북한은 농업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을 찾아내고 국제사회도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 농업의 근본적인 개혁은 핵을 포기하고 북한이 국제시회에 다가올 때 가능할 것이다. 선택은 북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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