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희귀 난치병 '듀센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청주 사랑이를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사랑이를 향한 국민들의 인류애가 뜨겁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사랑이 돕기 특별모금캠페인 계좌로 후원의 물결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전국에서 20억7천387만1천717원이 모아졌다. 아직 치료에 쓰일 약값 46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희망적이다. 부족하나마 사랑이 가족에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성탄절 선물이 될 것 같다.
세 살배기 사랑이는 지난 5월 듀센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인구 10만 명당 4명꼴로 신경계근육에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근육이 점점 퇴화해 열 살 쯤엔 걸을 수 없게 된다. 20대가 되면 스스로 호흡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사랑이 부모는 어린 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46만 명 1만원의 기적 챌린지'를 시작했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 사랑이와 같은 병을 앓는 아이의 어머니가 치료비 53억 원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용기를 냈다. 국민 46만 명이 1만원씩 도움을 준다면 사랑이를 치료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사랑이 아버지 전요셉 청주오산교회 목사는 지난 11월 5일 국토대장정에 들어갔다. '근육병으로부터 사랑이를 지켜주세요'라는 호소문이 적힌 조끼를 몸에 걸쳤다. 등에 짊어진 배낭에는 '사랑이에게 기적을!'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부산 광안리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740㎞ 구간을 하루 평균 40㎞씩 쉬지 않고 걸었다. 대장정을 마무리하는데 20여일이 걸렸다.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식사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구걸한다는 오해를 사 문전박대를 당했다. 길거리에서 냉소적인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후원금을 받아 사적으로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던 일명 '어금니 아빠'사건을 들먹이며 개인계좌 후원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사랑이 부모는 국민들이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 응원에 힘입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충북공동모금회는 누리꾼들의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전 목사와 상의해 '사랑이에게 기적을' 특별모금캠페인을 이어받았다.
사랑이는 밤마다 근육경련으로 힘들어 한다. 그러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다리를 주물러주는 일밖에 없다. 근육수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재활에만 매달리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가 출시됐지만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약값만 46억 원에 이른다. 이 약을 쓸 수 있는 골든타임은 4~6세다. 근육세포가 많이 살아 있을 때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 사랑이 치료에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다.
사랑이 부모의 애끓는 호소는 감동의 물결로 이어졌다. 선한 영향력은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갔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충북도청 공무원 노조가 모금운동을 펼쳐 힘을 보탰다. 누리꾼들은 1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사랑이 돕기 온라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사랑이에게 반드시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응원의 댓글도 잇따랐다. 증평 리틀챔버 오케스트라, 청주옥산교회, 청주시의회, 청주 옥산유치원과 옥산초 유아·학생·교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꽁꽁 얼어붙은 연말 탄핵정국 속에서도 사랑이의 난치병 완치에 대한 희망을 본다. 사랑이 돕기 모금은 내년 1월말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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