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북한의 식량부족은 여전하다. 관련기관에 따르면 올해 80-120만t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북한의 식량난은 1990년대 중반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식량부족이 30년 가까이 북한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말에 열린 조선노동당 8기 7차 전원회의에서 농업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려 토의했다. 이때 발표한 김정은 총비서의 '올해 농사에서 나서는 당면과업과 농업발전의 전망목표에 대하여'를 새로운 농촌혁명강령으로 명명하면서 농업생산성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두 달 전에 열린 당 8기 6차 전원회의에서는 당에서 해야 할 12개 중요고지를 선정했는데, 그 첫 번째가 알곡생산이었다. 이렇게 당 전원회의를 잇달아 열면서 식량생산에 주민들을 독려하는 것은 그만큼 식량문제가 절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식량문제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협동농장의 운영체제와 연계시켜 볼 수 있다. 1958년에는 북한의 농업이 협동농장체제로 운영되기 시작했고 현재 농업생산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식량문제는 협동농장과 연결되어 있다. 50년대 초반 200만t 수준 머물다가, 협동농장이 출발한 1960년대 전후에는 350만t 이상이 될 정도로 식량증산이 있었다. 아예 1차 7개년 계획(1961-67)에서는 곡물목표량을 600-700만t으로 잡기도 했다. 인구가 약 1천800만 명 때인 1979년에는 곡물생산량이 470만t이 될 정도로 식량공급에 문제없어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협동농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0년을 넘어서면서 식량수급 부족이 심각해졌다. 1995년 340만t, 2022년은 445만t이다. 집단적 농업이 초기에는 주민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가져오면서 동기부여를 했을지 몰라도 반복되는 농업경작 방식에 피로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기다가 협동농장 관리체계가 경직되어 있다. 협동농장의 사업을 관리·지도하는 중심은 군(郡)협동농장경영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농장의 생산계획 이행, 기술지도, 농산물 분배, 농촌생활지원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은 국가계획으로 확정된 생산 및 재정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지역적 차이나 토지 비옥도, 농장 위치, 작물 종류 등 농업적 특성을 살리기 힘들다.
협동농장의 관리 방식에 필요성을 느낀 북한도 변화를 추구했다. 협동농장의 분조 규모 축소, 책임영농제 도입, 초과생산물 자율처분 허용, 작물선택권 확대, 세부계획지표 권한부여, 가족 단위의 포전담당제 실시 등이 그것이다. 어느 정도 시장적 요소가 가미된 것들이다. 예컨대 포전담당책임제의 경우 목표량 이상을 생산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여도에 따라 개인에게 일정량의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초과 생산량에 대해 농민들은 현금화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군(郡)협동농장경영위원회의 역할이 축소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농업생산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속에서 2021년 12월 당 8기 4차 전원회의에서 군(郡)협동농장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농촌강령'을 채택하고 농업근로자들의 사상수준 제고를 농업 생산력 향상에 주요과업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통적인 농업지도체계를 다시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농업에 시장요소 도입과 계획경제의 지속이라는 이중적 모습이 오늘날 북한 농업정책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농민에게 생산 동기와 영농의 자율성 부여 그리고 정부 차원의 농업기계화, 영농과학화 추진 등은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불가피한 요소들이다. 북한의 농업정책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이런 부문을 북한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농업에 대한 자율성 확대와 시장적 요소를 도입했을 때 다가올 상황을 받아들이기 싫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북한이 기존에 발표한 개혁적 요소들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면 협동농장은 식량증산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