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80일 전투, 성과 쉽지 않다

2020.10.19 17:11:45

문장순

대경통일교육연구회 지도교수

북한은 당 창건기념행사가 끝나자 이제 80일 전투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5일에 열린 제7기 19차 정치국회의에서 내년 1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제8차 대회를 맞이하기 위해 80일 전투를 결의했다.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바로 앞둔 시점이었다. 내년 8차 당 대회에 모든 것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80일 전투는 일종의 대중운동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운동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동 목적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활동하는 운동이다. 공동의 목적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어느 한 분야일 수 있고 복합적일 수도 있다. 장기간 지속성을 지닐 수도 있고 일시적인 경우도 있다. 단기간 대중운동을 북한은 종종 전투라고 표현했었다. 천리마운동, 만리마운동처럼 장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경우는 운동으로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북한의 대중운동은 대체로 경제성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이를 통해 체제 내의 결속력을 다지는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에 2차례 전투가 진행됐다. 2016년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가 처음 등장했다. 이어 200일 전투로 이어졌다. 이번에 80일 전투가 시작됐다. 지금 북한은 80일 전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일 노동신문을 통해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번 전투의 목표를 국가비상방역사업을 더욱 강화하자는 것에 우선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철저히 해서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지켜내기 위해서 안일함과 순간적인 방심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올 여름 수해에 대한 복구도 80일 전투의 목표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피해를 당한 인민들에게 추위가 오전 전에 살림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신문은 언급하고 있다. 올해 농사 결속과 내년도 준비, 올해 계획한 국가 중요 대상 건설과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선언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목표달성도 주문하고 있다.

이전의 70일 전투는 당 대회 준비의 성격이 강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진행되는 속에서 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 모으는데 집중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바로 진행된 200일 전투가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 국가발전5개년전략 수행을 위한 분위기 다잡기 위해서 진행되었고 막바지에는 함경북도 홍수피해에 역량을 집중했었다.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대상이나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또 얼마나 그것을 달성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다.

이번 80일 전투 또한 성과 달성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당 창건일까지 달성하지 못했던 평양종합병원, 백두산 삼지연 3단계 건설 등에서 부분적 성과가 나타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생산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는 데다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16일자 노동신문에서는 의존심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된다고 하면서 자체의 원료와 자원에 의거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상방역사업에서 우리식의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력갱생으로 80일 전투를 하겠다는 것이다. 생산성 향상이나 과학기술 발전은 현재 북한의 자체 자본이나 기술로서는 한계가 있다. 성과를 위해서는 자본이 투자되고 선진화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더구나 주민들의 의식도 변하고 있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장을 경험한 주민들은 과거와 같이 당과 수령에 충성하고 희생을 통한 노력동원을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노동이 집단을 위한 숭고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식한 시기는 사회주의 경제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체제에 대한 신뢰가 강할 때다. 배급체제가 붕괴되면서 시장을 경험한 주민들은 노동력을 자본적 가치로 판단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이 당과 수령에 무조건적인 노력과 희생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80일 전투는 결과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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