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 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지난 17일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서 회원국 전원동의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2005년 이후부터 관련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총회에서 결의됐다. 올해도 총회에 결의된다면 17년째다.
북한은 바로 반박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미국이나 서방국가의 입장만 대변한다는 것이다. 2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의 인권실상을 헐뜯는 결의를 강압채택을 했다면서 유엔이 객관성과 형평성, 공정성을 기본으로 하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미국의 이라크와 수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을 살육한 미국의 반인륜범죄행위부터 기본의제로 상정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들은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통해 인민의 권익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하면 유엔의 인권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편견에 찌든 적대세력들이 고안해 낸 날조자료들 더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례적으로 인권결의안의 채택과 이에 반발하는 북한의 입장이 반복되고 있다. 유엔 제3위원회에서는 인류의 보편적 인권을 요구하고 북한은 북한식 방식으로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주요 인권협약을 통해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권이라고 통칭하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자유권으로 불리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다. 북한도 이 두 규약에는 가입은 했다. 그럼에도 인권시정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와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유엔 제3위원회의 이번 인권결의안에도 고문, 공개처형, 불법적·자의적 구금, 재판의 불공정, 정치범수용소, 강제노동 실재 등을 비롯해 사상, 양심, 종교, 의견 및 표현,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이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19 백신 관련 국제기구와 협력해 코로나 백신을 적시에 공급·배포할 것, 미송환 전쟁포로와 그 후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일본인 등 납북 피해자 즉각 송환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개선에 대한 요구를 북한은 외면하고 있다. 북한은 국가의 모든 노선과 정책은 인민의 권익을 최우선, 절대시하고 인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데 철저히 복종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주장하는 북한의 인권유린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은 유엔 인권결의안을 그들만의 주장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시각도 있다. 인권의 보편성을 다양한 문화권의 상호 이해와 인정하자는 주장이다. 많은 나라들이 보편적 인권을 일시적으로 향유한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도 그런 인내심을 가지자는 것이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현실적합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 인권에 대한 통계나 자료가 특정지역, 연령대에 편중돼 있고 시기적으로도 현재가 아닌 과거 시절에 맞춰져 있어서 현재의 북한 인권상황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점진적인 방식으로 개선하자는 입장도 적지 않다.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야 어떠하든 북한에서 인권문제가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권문제에 완벽한 국가는 없다. 우리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권에 대해서 국제사회로부터 지적받고 있다. 그러한 경고 속에서 인권이 더 빨리 개선됐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방적 요구도 현실적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북한에게 일정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점진적 인권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우리는 북한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지녀야 한다. 당장의 현실적인 방안과 장기적 측면에서 북한인권개선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