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관계의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려했던 핵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왔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어났다. 그러면서도 과연 잘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한편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의 진전 여부는 핵과 북한체제보장에 달려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다.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내용의 핵심은 종전과 평화다. 이러한 문제는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이 각자 역할과 노력을 다하기로 하였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겨있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결과를 도출했다. 선언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가 기대했던 이상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하겠다. 이때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북한으로 초청해 국제사회에 공개하겠다.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는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체제보장 한다면 핵 포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핵 문제 외에도 남북이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도 이번 판문점 선언에 담겨져 있다. 서해와 비무장지대의 긴장 완화 인적 교류를 확대하며 가을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은 판문점 선언의 실현을 위한 후속 조치들로 볼 수 있다. 이는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남북한 간에 잠재되어 있던 갈등을 축소시키면서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는 조치들이다.
이러한 일들을 성사하기 위한 전제가 핵문제 해결인데, 이것이 과연 실현될까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분위기만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과거 핵 합의와 관련해서 한 일련의 행위들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핵문제와 체제 보장이 연결된 것인데, 구체적인 실현단계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북한이 자본주의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이다. 핵 포기는 시장도입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북한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시장 유입이 불가피하다. 비록 미국이 현 북한체제를 보장 한다하더라도 자본주의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내부적인 갈등 해결은 북한 스스로의 몫이 된다. 리비아는 핵 포기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카다피 정권의 종말을 가져왔다. 국제사회와의 개방은 시장화를 가져왔고 그것은 민주화로 이어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시장과 민주주의는 이처럼 친화력을 지닌다.
북한은 지금도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경계를 연일 노동신문에 게재하고 있다. 자본주의 문화 유입이 현 체제에 유해하다는 논리다. 북한은 핵 포기 이후 개혁과 개방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파급되는 외래문화에 대한 수용은 그동안 견고하게 쌓아온 폐쇄적 체제와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도는 자본주의 문화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저항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문화와 북한체제 문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앞으로 남은 북한의 과제다.
만약 개혁, 개방 과정에서 체제문화와 자본주의 문화가 갈등을 일으킨다면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심각한 고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주의 문화를 받아들여 체제개혁을 진행하든지, 아니면 다시 선대들이 남긴 체제로 돌아가든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 후자를 선택한다면 또 다시 핵문제가 등장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북한을 다시 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