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야 할 트럼프와 김정은

2024.11.18 16:09:51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2019년 미 대통령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노이회담 결렬은 양측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 후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해 협상 메시지를 던졌고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4년을 보냈다. 이제 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마주할 기회가 열렸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김정은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은 그런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선출되었음에도 아직 무반응이다. 오바마는 나흘 뒤에, 바이든은 두 달 뒤에 당선을 보도한 적이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트럼프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를 봐가면서 대응을 고려하고 있을지 모른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북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다. 마주 앉아 또다시 성과가 없을 경우, 두 사람 모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서로 탐색 중일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트럼프가 내세운 대외정책에서 북핵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해결해야 할 현안 즉, 중동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관계 개선 등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이들 과제를 제치고 우선순위를 차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까지 하면서 러시아와 군사동맹수준까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에 파병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고 어떤 형태든 북한에 대해 견제를 해야 한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미국은 북한 문제를 대외문제에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묵인할 경우 동맹국인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안보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전쟁의 조기 종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북한도 러시아에 파병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당장에는 러시아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자신에 대해 미사여구를 구사하더라도 대북정책은 바이든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은 누가 집권하더라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이런 입장을 지난 2021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당장에는 러시아를 고리로 해서 향후 미국과 협상력을 높이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다.

트럼프도 북한 핵을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 하노이회담 결렬에서 보듯이 트럼프도 김정은이 분명한 반대급부를 내놓기를 원한다. 시간을 끌면 북핵의 고도화가 될 수 있고 동북아지역의 안보환경도 긴장해질 수 있다. 외형상으로는 북한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 철회,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폐기가 맞물려 있어 쉽게 대화를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서로 방관할 경우, 손실이 더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도 긴장도가 높아가는 국제정세를 관리해야 하고 대북관계에서 업적도 내놓아야 한다. 북한도 당장에는 러시아에 기대면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경제문제다. 주민들의 민생문제가 어려운데 핵과 미사일만 내세울 경우, 민심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의 경제상황도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정도는 아니다. 북한은 2025년이 경제발전5개년계획의 마지막 해다. 지방발전 20×10 정책도 성과가 필요하다. 성과는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부문이다. 김정은도 속으로는 다급할 수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이미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경험했다. 이제 두 사람의 대화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에 따라 다시 만남이 결정될 것이다. 만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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