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정책 변화 신중해야 한다

2024.07.22 15:40:31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작년 말 북한 노동당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선언을 넘어 남북한 교류협력의 상징인 남북경제협력법,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그 시행규정들 등을 비롯해 각종 합의서는 물론이고 남북회담을 주도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의 조직까지 폐기했다. 김위원장은 적대적 2국가관계를 선언한 직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 규정을 헌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아직까지는 그것을 명문화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조치만로서도 적대적 2국가관계 선언을 확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는 드러냈다.

우리도 북한에 이러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과제로 등장했다. 이 기회에 우리도 남북관계를 되돌아보고 현실성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기존의 우리 통일정책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94년 선언된 이후 현재까지 남한의 통일정책이다. 이 방안은 자주·평화·민주라는 3대 원칙 하에 남북이 통일을 해야 하는데, 점진적 단계로 나아가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즉, 화해·협력 단계, 남북연합 단계, 통일국가 완성 단계가 그것이다. 그동안 정부마다 북한에 대한 정책 즉, 대북정책을 이러한 방안을 바탕으로 해서 전개해왔다. 물론 대북정책의 내용이나 방향에는 정부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기존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바탕으로 추진했었다.

최근 통일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제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2국가관계로 선언했고 우리 국민도 통일에 대한 인식이나 선호도에 변화도 나타나고 또 그동안 경험한 남북교류협력도 한계성을 갖고 있어 통일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통일을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은 각종 통계지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 중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비중은 매년 줄고 군사적 긴장감 완화, 경제발전 등의 실용적 측면의 이유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그동안 남북교류협력도 추진했지만, 현재는 단절된 상태다. 여기다가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관계 선언이 등장했다. 김정은의 발언이 통일정책 변화의 필요성에 도화선이 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하나의 민족이면서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해왔다. 그것은 북한은 우리와 다른 체제이고 북한 주민의 사고나 삶의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과 통일을 하자고 하면서 긴장시에는 적대적 관계가 부각 되었고 교류협력시에는 민족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민족관계와 2개 국가관계라는 것이 남북관계에서 중첩되면서 교차 되어 왔다.

물론 김정은의 남북이 적대적 관계라는 선언이 당혹스러운 점이 있기는 하다. 그것을 전제로 40년 이상 지켜 온 통일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기존의 통일정책을 바탕으로 북한의 대남관계 전환선언이나 국민들의 통일관 변화 등도 얼마든지 담아낼 수 있다. 정부가 대북정책을 통해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면 된다. 이는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가능한 부문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통일정책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응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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