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부진을 시인하면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당대회는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전략 수행의 중심에 내각의 앞장서야 함을 강조했다. 경제문제 해결에 내각이 경제사령부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각 역할에 대한 강조는 지난 8일부터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전원회의에서도 반복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의 역할을 높이는 문제를 비롯해 내각중심제·내각책임제를 강화하기 위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과 국가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의 고유한 경제기능과 통제기능을 복원하여 경제 전반에 대한 지도관리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가 어떤 기능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당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가 기존의 경제관련기관들의 비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을 보면, 비상설경제위원회는 경제관련 부서들의 고유기능 회복을 염두에 둔 조직으로 보인다. 이 조직이 경제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경제일군들을 중심으로 구성해 경제살리기에 중점을 둘 경우,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북한경제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는 파악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제부문의 전문성 강조는 8차 당대회에서도 강조되었다. 당대회는 경제발전에서 국가의 통일적 지휘·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시스템의 복원을 강조하고 민생 해결을 밝혔다. 20일자 노동신문에서 "일군들은 당정책을 깊이 연구체득하여 언제 어디서나 당정책의 요구대로 사고하고 실천하여"야 한다면서 경제지도일군들이 경제법칙과 원리를 무시하는 현상이나 과학적 분석에 기초하지 않고 낭비와 혼란을 가져오는 현상 등을 철저히 경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적 시각에서 경제문제 해결 요구가 당대회 이후 계속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는 일반적으로 1년에 1-2차례 열렸는데, 올해에는 1월, 2월에 이미 각각 1차례 열렸다. 당 대회 이후 경제발전에 대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김 총비서가 2차 전원회의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자는 의도로 보인다. 2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계획 수립·집행에서 드러난 보신주의와 허황한 계획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회의에서 전력생산과 건설, 경공업 부문에서 지나치게 생산계획을 낮춰잡은 것을 비판하며 노동당 경제부장을 김두일에서 오수용으로 교체하기까지 했다. 8차 당대회에서 임명된지 약 한 달만에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수용 부장은 내각의 전자공업상, 부총리를 거쳐 당 경제부장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로 볼 수 있다. 경제회생이 다급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인사조치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한 내각의 역할 강조는 김정은 시대만 아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내각의 경제적 역할을 강조했었다. 김정일 총비서 역시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내각의 역할 강화를 통해 국가주도의 실리추구적 경제성장과 시장경제적 요소의 도입 등을 시도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당 중심의 시스템이나 분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김정은 시대에도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당의 영도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발휘할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내각의 관할 영역이 아닌 군수산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노동당의 재정경리부와 39호실, 군이 관리하는 기업 등의 특수한 경제부문이 존재하고 있다. 내각이 이러한 여건에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내각 위상 제고와 경제전반에 전문가의 역할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당 중심의 질서와 자력갱생이라는 경제정책의 기조 속에서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의 내각 중심의 경제난 극복 노력은 미미하지만 북한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