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배상 받을 수 있을까

2023.06.19 17:18:48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개성공단에 있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이 상시적인 접촉과 교류협력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북한은 건설된지 1년 9개월만인 2020년 6월 16일에 이 사무소를 폭파했다. 남한이 건설한 시설물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괴했다. 사무소가 폭파된지 3년 만에 통일부가 북한을 상대로 44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남한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국내법원에 제기한 첫 소송이다. 사무소가 폭파될 당시에도 배상문제가 간헐적으로 제기되긴 했지만 실효성 여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남북 간의 재산권 문제가 법적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례가 되었다. 재판의 결과보다 그것의 집행에 더 관심이 간다.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손해배상 청구는 남한법원, 북한법원이나 국제법원에 제소할 수도 있지만, 이 모두 한계성이 있다. 통일부는 이번 손해배상을 국내 법원에 제소했다. 소송에서 피고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우리헌법에는 북한지역도 한반도 영토의 일부다. 이 논리로 따진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러나 통일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피고로 지정했지만, 그 명칭을 민법상 비법인 사단으로 전제해서 소송을 낸 것이다.

문제는 재판 진행이나 판결의 집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인가이다. 현실성이 그렇게 없어 보인다. 남북공동사무소 파괴는 상식적으로 보아도 '4·27 판문점 선언' 및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 합의서', '남북투자보장합의서'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법룰전문가들은 북한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데 북한이 재판에 참여하고 배상할 가능성이 없다. 여기다가 법리상 쟁점도 존재한다. 예컨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건설할 때 비용부담은 남한정부가 했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는 건축물의 소유권에 대한 명시가 없다. 더구나 토지는 북한 소유다. 북한이 토지사용권을 주장할 경우 실제 배상받는데 논쟁이 될 수 있다. 또 투자보장합의서에 있는 투자재산의 범위에 연락사무소가 포함될 것인가도 문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손해배상보다는 건축물의 원상복구 요구가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여하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손해배상 판결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남한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손해배상 판결을 아예 무시하거나 남한의 행동이 반통일적 자세라고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재산 청구권 행사는 필요하다.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가 발생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한 때로부터 3년이다. 이번 달 16일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만료일이다. 청구권은 통일부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법률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측면이 강하게 반영되어 왔다. 이러다 보니 남북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상호 합의한 사항 미이행 등을 정치적 논리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하여 남북 사이에 맺어진 사항들에 대해 북한이 임의적으로 파기하거나 파괴해 온 경우가 적지 않다.

재산권과 연계된 문제는 법적 논리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외에 금강산관광 설비 철거, 개성공단 시설 임의 가동 등도 남아있다. 재산권과 관련된 북한의 불법적 행위는 국민들이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부문이다. 이 문제로 남북이 정치적 갈등이나 대립을 하다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문제를 제기해야 남북관계가 좀 더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신뢰도 형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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