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증산돌격운동 성과 낼까

2018.10.29 18:07:55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올해 초부터 등장한 증산돌격운동을 북한은 최근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운동은 북한체제 성립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어쩌면 북한의 역사는 대중운동의 역사라고 불릴 정도로 끊임없이 진행해 왔다. 김정은시대에 들어 와서도 70일 전투, 200일 전투라는 대중운동이 진행한 적이 있다.

 특히 2017년도에 시작한 만리마운동은 북한은 야심차게 진행했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운동이었다. 만리마속도전, 강원도정신 등 경제성장을 위한 각종 구호와 독려가 이어졌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다. 만리마선구자대회 개최를 공언했지만 당시 열지 못했다.

 사회주의국가들은 경제성장과 내부적 결집을 위해 종종 대중운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북한처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된 사례들은 찾기 힘들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중운동은 천리마운동이다. 1957년부터 시작된 인민경제5개년계획(1957~1961)에서 시작된 천리마운동은 당의 지도와 인민대중의 열의가 결합돼 북한 사회주의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천리마운동은 공업, 농업,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사상혁명, 문화혁명, 기술혁명을 일으키게 했고 생산력 발전에도 효과를 가져왔다. 오늘날과 같은 북한체제의 성격도 천리마운동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천리마운동은 김정일시대는 제2천리마운동이 전개됐다. 이처럼 천리마운동은 북한 대중운동에서 절대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

 김정은시대에 추진했던 만리마운동도 천리마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운동의 방식이나 내용은 천리마운동과 비슷하다. 천리마운동이나 만리마운동 모두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대두됐고 생산향상을 위한 경쟁운동이었다. 만리마운동을 펼치면서 생산현장에 천리마속도를 본 받아 만리마속도를 창조할 것을 인민들에게 요구했다. 일종의 속도전이다. 만리마처럼 더욱 빠른 속도를 요구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만리마속도창조였다. 또 개인에게는 만리마선구자, 단체에는 만리마선구자작업반 등의 칭호를 부여해서 증산, 경쟁을 유도했다. 이 역시 모범단체나 영웅을 창출해 생산을 독려하는 천리마운동에서 사용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운동은 당에서 사실상 주도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중의 창발성에서 비롯된다는 북한의 주장에는 그리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대중운동이 일시적인 생산증대의 성과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성장이나 혁신 없이 노력동원을 통한 경제성장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리마시대에는 기술향상을 통한 성장을 주장했지만, 외부의 기술을 지원받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향상이 어려웠다.

 북한이 2017년 만리마선구자대회를 흐지부지하게 사라지게 한 것은 성과의 부진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작동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만리마운동이 성과를 내는데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2017년도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3.5%라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만리마운동을 대신해 올해 초부터 새로운 대중운동으로 등장한 증산돌격운동의 승패는 김정은체제에서 매우 중요하다. 2020년 달성 목표로 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 어느 정도 안정성을 지속하고 있는 김정은체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증산돌격운동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여전히 북한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 2017년에 만리마운동이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증산돌격운동 조차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김정은체제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2018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핵문제를 통해 북한 증산돌격운동의 결과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 역시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2017년의 만리마운동처럼 2018년의 증산돌격운동의 성과를 나타내지 못할 경우, 2019년 김정은체제의 안정성은 예전만큼 견고함을 지니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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