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으로 광역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약 1천700억 원 가량 된다. 이 중 집행액은 10%에도 못 미친다. 아예 일부 지방정부 중에는 조성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울산시, 대구시 등은 지난해 말 남북교류협력기금 관련 조례를 폐지했다. 성남시, 수원시, 양산시, 양평군, 울주군 등도 관련 조례를 폐지했거나 폐지 절차를 거치고 있다. 앞으로 기금을 폐지할 지방정부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과 같이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기금이 사용되지 않고 계속 적립만 되어 가고 있어 다른 부문에 사용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더구나 일부 지방정부는 축적된 기금을 지역의 통일관련 관련 시민단체에 지원한 사례가 나타나면서 기금 사용의 타당성 여부까지 제기된 상태다. 그래서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 무용론까지도 나온다.
통일대비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기금 폐지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2021년 9월 243개 지방정부를 일괄적으로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했다. 지방정부도 북한에 인도적 지원 물자를 반출할 경우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과거에 비해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 여건은 개선된 셈이다.
통일은 중앙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통일과정에서 지방정부가 해야 할 영역이 적지 않다. 그래서 지방정부는 통일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안정적 재원확보 해야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은 재원확보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조례를 통해 기금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자체기금사업으로 타회계 전입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또 그 기금도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이 기금관리기본법은 기금의 설치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을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자체 재원이고 일몰기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점이 지방정부에 따라 기금운용을 달라질 수 있게 한다. 지방정부장의 재량과 역량에 따라 기금운용 지속성의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지방정부가 축적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재정수요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이점이 지방정부 남북교류협력기금 운용의 불안정성을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정부 남북교류협력기금 재원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지역주민 모금, 지방세원 신설, 지방채 발행 등이 그것이다. 이런 재원은 사용 용도를 임의적으로 변경하기가 힘들다. 또 제도적으로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당연히 확보해야할 의무기금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축적된 기금의 사용처도 찾아야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기에는 지방정부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할 수 있는 대안책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당장에 교류협력기금이 사용되지 않는다고 그것을 일반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통일과정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과거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기였던 2013년도에 경기도는 약 150억 원 규모의 남북교류기금을 통일교육과 북한이탈주민 지원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지방정부가 통일대비 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통일관련 사업에 집행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 차세대 통일지도자과정, 통일여울마당, 통일박람회, 중고등학생 통일아카데미 등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여 통일기반을 마련하고 남북관계가 활성화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활용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남북교류협력은 선택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방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사업이다. 그와 관련된 기금 마련해서 통일대비를 하고 통일 이후 혼란을 축소시키려는 노력을 지방정부가 외면해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