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가 회담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6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기점으로 고조되어가던 남북갈등이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를 통해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인지, 북미회담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북은 관계진전을 위해 당장은 어떤 행동을 취하기는 일러 보인다. 남북공동사무소 폭파에 대한 잔상이 국민들에게 강하게 남아 있고 북미관계와도 연동되어 있어 쉽게 단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은 회담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방한 중인 8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보여주기식 북미회담 가능성 주장과 북한과 마주 앉을 의향이 없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을 "둘 다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일축하면서 북미 양측의 기류에 약간의 변화가 읽혀지기 시작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북미 간 고위 지도자 회담이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쏟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장문의 대미담화문을 내놓았다. 담화내용이 개인적 의견이라고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담화에서 올해 내에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은 필요로 하겠지만 북한에는 무익하다면서 설사 북미회담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기존의 자세가 바꾸지 않은 이상 무의미하다고 언급했다. 담화의 뒷부문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굳건하고 훌륭하다는 점도 부각시키면서 회담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도 않았다. 회담 무용론과 회담 전제조건을 동시에 제시한 것이다.
담화의 요체는 한마디로 현재 상황에서 미국과의 회담이 실익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에 대한 입장변화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이 요지다. 이러한 이중적 입장은 북한의 속내도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에 미국 대선이 3개월 정도 남긴 상태에서 회담을 한다는 게 물리적으로도 만만치 않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과 마국의 입장차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협상의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존 전략을 수정하면서까지 북한과 회담했을 경우 손익계산을 해야 한다. 한마디로 트럼프 입장에서 북한이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서 회담을 했을 경우 도출한 결과가 재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판단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속내는 회담을 원하고 있다. 적어도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 그렇다. 당면한 경제문제 해결이 절박하다. 경제문제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역성장이 전망된다.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3.5%, -4.2%에서 2019년 1.8%를 유지했지만, 2020년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유엔에서는 보고 있다.
당 창건 75주년인 10월 10일을 앞두고 평양종합병원 건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등의 주요 건설물을 완공에 적지 않은 재원이 투자되고 있다. 경제제재의 해제가 당면한 과제인데 미국을 향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제재해제가 급하지만 명분상 새로운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 양측 모두 정상회담에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성과에 대한 문제를 염두고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 둔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성과 없는 회담이 된다면 의미가 없다. 대선 전까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북한도 대북제재 해제를 통해 민생 챙기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회담까지 시간은 촉박하다. 회담여부는 양측이 진정성이 있는지 아니면 단지 정치적 제스처인지에 따라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