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한이탈주민 모자의 아사(餓死)가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40대 북한이탈주민 여성이 6살 된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모자가 숨진 사건은 지난 2014년 송파에서, 2018년 증평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모자의 죽음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은 우리 사회에서 특이계층인 동시에 약자이고 소수자이다. 그러다보니 더욱 관심이 증폭되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번 모자죽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구청이나 정부에서 북한이탈주민에게 지원 상담을 해주러 집에 찾아왔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면서 정부의 이탈주민에 대한 태도를 원망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통일부는 이탈주민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이를 위해 관련 부서와 지원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이번과 같은 복지시각지대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동시에 보건복지부는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사회 안전망 밖에서 복지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보다 촘촘한 안전망과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사건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 긴급복지지원법(개정), 사회보장급여법(제정)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 지난해 증평모녀 사망사건 이후는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도 마련했다.
먼저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해 왔던 주민과 함께하는 '현장 밀착형 위기가구 발굴' 모범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래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지역주민, 방문형 사업자가 참여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 복지통(이)장, 좋은 이웃들, 아파트 관리자, 수도·가스 검침원 등을 통해 대상자에 대한 주기적 안부 확인, 초기 위험 감지, 복지 욕구 조사 등을 하고 그것을 통해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신고·지원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에 이번 이탈주민모자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현실 속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 사망한 이탈주민은 아파트 임차료가 16개월이나 밀렸음에도 체납정보가 파악되지 못했다. 원래 공공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나 그 지방공사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체납정보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구청으로 이전되지 못했다. 또 아동 수당을 신청하면서 소득액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으면서도 지역주민센터에서 추가 복지급여대상자가 될 수 있음을 알리지 못했고, 이탈주민지원기관인 하나센터와도 연계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이탈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가 당면하고 있는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으로 이탈주민이 유달리 부각된 것은 앞으로 통일을 바라볼 때, 우리가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이탈주민이 3만2천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일을 지향한다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아사자가 나온다면 통일은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목숨을 걸고 우리 사회에 합류한 그들에게 최소한은 경제적 여건은 갖춰 줘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그들이 최소한 누려야할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현재 한국에 정착한 이탈주민들도 불안해지고 우리 사회에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그들이 우리 체제에 신뢰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제생활부터 담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복지시스템이 좀 더 촘촘해져 그들의 삶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통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