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시한 미국과 회담 시한이 임박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 현재 상황을 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북미가 어떤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2019년 북한은 자립경제를 강조했다. 김정은 신년사에서 '자립경제'를 7차례나 언급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가장 최악의 경제적 성과를 거둔 해가 2018년이다. -4.1%였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활로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자립경제로 경제적 성과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에 제시했던 자립경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부문이 있다. 바로 자립경제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일수도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자립경제를 언급했다. 남한과 미국과 관계개선이 불가피하면서도 짐짓 외형적으로는 자립경제를 강조하여 대외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즉, 내부적으로는 자립경제로 주민들을 독려하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을 향해서 우리는 자립경제로 갈 테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남북, 북미관계는 그렇게 전진된 성과는 없었다. 북한의 당면 과제인 경제성장도 지난해보다 더 나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2020년은 2016년부터 시작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마지막해이다. 어떤 형태로든 성과가 필요하다.
경제상황은 다급한데 북미관계는 교착상태다. 올해 안에 북미 3차정상회담은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내년으로 넘어 갈 가능성이 높다. 내년이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트럼프도 북미관계를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내야한다. 이미 트럼프는 탄핵의 위기에 몰려 있어 북미관계의 성과가 더욱 필요하다. 북한도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한다.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이라도 주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북미가 만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이러 상황에서 본다면 올 연말까지는 힘들더라도 내년 초에는 북미 제3차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는 미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북한의 국가적 명절인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 있다. 또 내년 초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재제를 해제 시켜야 경제발전5개년 전략의 성과를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라도 보여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 초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최근 북한이 미국을 향해 내놓는 메시지는 종래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수위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김계관 외무성고문이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알리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군 전략자산(무기) 반입금지, 각종 대북제재 완화 등의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적대시정책철회 후 비핵화협상이라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비핵화 이전에 비핵화 수준에 상응하는 요구조건을 내건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비핵화 협상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남한이나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북한의 이러한 요구는 실무협상에서 우위를 가지려는 전략일수도 있다. 협상에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협상안 제시하고 그것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받아내려는 것이다. 협상에서의 전략차원이 아닌 아예 북미협상의 무산을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면 북미협상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2차 정상회담에서 올려놓은 의제를 3차 정상회담에서 반복한다면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을지 모른다.
결국, 2020년 북한의 과제는 경제와 비핵화문제다. 미국과 비핵화협상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은 아직은 없어 보인다. 자립경제를 또 다시 강조하면서 새로운 길 가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의 해법에 따라 북한의 2020년의 명암이 갈릴 것이다.
문장순(중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