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율량동 야외 바비큐 '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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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9 15:07:43

[충북일보] 고궁을 찾아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조금 어렵다. 청주 율량동 번화가를 벗어나 상리 방면으로 구불거리는 비포장도로를 거치는 동안 몇 번의 고궁 표지판이 길을 잃지 말라는 듯 운전자를 독려한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 펼쳐지는 풍경은 그림 같은 캠핑장이다. 너른 잔디밭 위로 예쁜 삼각 텐트가 나란히 서 있다. 캠핑 의자와 테이블이 일행과 오붓한 바비큐 파티를 기다린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지난 5월 처음 손님을 맞았다. 고궁은 이전에 고궁떡갈비로 운영하던 자리다. 축산업에 종사하던 어머니 이금란 대표가 식당을 시작해보고자 수제 떡갈비와 손두부 등을 배운 뒤 가게를 시작했다. 딸 김보나 대표와 함께 국제요리경연대회 및 향토음식 경연대회 등에 출전하며 보장된 손맛을 가진 터였다.
ⓒ고궁 인스타그램
접근성이 높지 않은 자리에서도 입소문이 나며 단체 회식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5년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했지만 길어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면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고민을 거듭한 딸이 야외 바비큐장의 아이디어를 냈다.

넓은 마당을 활용해 몇 동의 텐트를 세우고 셀프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바비큐를 시작했다. 손두부와 같이 조금씩 운영해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원래 손님 비율을 앞지르며 젊은 고객층의 예약이 빗발쳤다.

어머니 이금란 대표와 김보나 대표.

많은 손님을 겪으며 몇 동의 텐트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영업을 중단했다.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마당을 정비한 뒤 20동의 텐트를 세웠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손수 목공을 배우고 인테리어를 꾸몄다. 공사 기간에도 이어지던 문의는 8월 재오픈 일정을 내놓자마자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재오픈 당일만 수백 통의 전화를 받고 야외 바비큐장에 대한 수요를 실감했다. 이후 포털사이트 예약으로 돌려 100% 예약제로 변경했다.

청주 시내에서 가깝지만 감성적인 텐트와 전구 등의 분위기, 건물을 둘러싼 조경이 여행 분위기를 더한다. 오는 길이 힘들어도 금세 보상받는다는 손님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다른 일행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분위기가 좋아도 맛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 것이 손님이다. 고궁은 맛과 멋이 조화를 이루며 첫 방문뿐 아니라 재방문 손님 비율도 높다.
숯불에서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쳐 찾아낸 야외 고기 맛의 비결은 당일 도축한 한돈 돼지목살과 삼겹살이다. 부수적으로 제공되는 밑반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손맛도 고궁을 찾는 이유다. 직접 담근 묵은지와 알타리 등으로 제공되는 반찬은 고기 맛을 돋운다.

부모님이 농사지은 부추와 고추, 계절별로 달라지는 쌈 채소류도 신선하고 건강한 재미를 더한다. 된장과 청국장도 어머니의 맛이다. 집에서 먹는 듯 푸짐한 된장찌개는 고기를 먹으러 온 손님들의 테이블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다. 쌈채와 곁들이는 쌈장조차 어머니의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마늘과 양파 등을 다져 넣어 만든다.

가게 안에 준비된 매점에서 주류와 반찬 등을 손수 가져다 먹는 것도 셀프 바비큐의 재미다. 수시로 텐트 주변을 살피며 불편함이 없는지 묻는 친절한 직원들도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님들에게 가끔 제공되는 고구마나 감자도 부모님의 밭에서 온다. 캠핑장 주변으로 심어 둔 호두나무와 감나무 등은 원하는 손님들에게 하나 둘 씩 수확하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자주 찾아와도 지루함 없이 재미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조명이나 장신구의 작은 변화가 매번 다른 캠핑장을 찾은 듯 새로운 사진을 남기게 한다. 선선해진 바람은 고기 맛을 더한다. 여러 사람과 섞이기 불안한 시기에 딱 맞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가볍게 떠나 든든하게 채우고 돌아올 수 있다. 복잡한 준비 없이 몸만 가면 된다. 고궁에서 즐기는 바비큐파티가 일상 속 여행의 설렘을 안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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