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용암동 메밀소바·스키야키 '호도정'

#청주스키야키 #메밀 #돈가스 #직접만드는모든것 #넓은주차공간

2021.01.05 15:22:25

ⓒ호도정 인스타그램
[충북일보] '호도정(湖嶋停)'은 생소하다. 메밀소바·스키야키라는 메뉴부터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간판까지 주변 상권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 보인다.

계단에는 옛스런 느낌으로 '소바'라는 종이가 붙었고 은은한 조명 너머 묵직한 나무문을 밀면 다시 환한 실내가 펼쳐진다. 넓은 테이블 간격과 밝은 색감에 전면 유리까지 더해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0년지기 안호종·연도흠 대표가 호도정을 함께 만들며 목표한 것은 기분좋은 '낯섦'이다. 청주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메뉴를 선뜻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맛보이고 싶었다. 고심 끝에 정한 장소를 직접 철거하고 페인트 칠과 가구 배치 등 호도정만의 인테리어에 집중한 이유다.
메뉴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면류'로 큰 틀을 정한 뒤 4년 정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메뉴를 경험하고 익혔다. 정해진 것은 '청주에 없던' 음식이었다. 전국 각지의 이름난 집을 찾아 맛보고 보완하며 두 사람만의 맛을 만들어갔다.

호도정은 여름에 특히 인기있는 소바와 서늘해진 계절에도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전골류 '스키야키'를 내세운다. 소바는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따로 받아 원하는 배합률로 조합해 매일 손반죽한다. 쫄깃함보다는 씹을수록 고소한 메밀향을 살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메밀향을 끌어올리기 위해 두 종류의 메밀을 볶아 우려낸 메밀차로 반죽한다.
최상급의 가다랑어포와 멸치, 디포리를 5~6가지 채소와 함께 끓이고 뜸을 들여 냉장 숙성시키는 육수와 만나면 전에 없던 메밀소바다. 소바 위에 올라가는 토마토도 직접 마리네이드해 산미를 살린다.

매일 아침 농수산물 시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하는 채소는 호도정의 핵심 재료다. 당근, 연근, 청경채, 꽈리고추 등 8가지 채소와 버섯 네 종류가 스키야키에 들어간다. 그을린 두부와 곤약, 소고기까지 담으면 푸짐한 스키야키 한상이 완성된다.

반 정도는 구워서 먹고 후에 육수를 부어 전골처럼 먹는 것이 호도정식 스키야키다. 다양한 재료를 짭조름한 육수와 굽거나 끓이면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다. 조리 과정에 곁들여 지는 친절한 설명과 서비스는 덤이다.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 변화하려던 여러 메뉴는 각각의 마니아층이 형성돼 고정 메뉴가 됐다. 돈사골과 닭을 오랜시간 우려 하루 식혔다가 기름을 걷어낸 육수를 사용하는 카레도 인기다. 대량의 양파와 당근, 가지 등을 은은한 불에 볶아 풍미를 살린 뒤 각각의 숙성을 거쳐 카레와 함께 끓여 깊은 맛의 호도정표 카레를 낸다. 센 불로 빠르게 익힐 수도 있지만 시간과 정성이 주는 풍미를 위해 오랜시간 불 앞에서 머문다.

돈가스와 멘치가스도 직접 손질한 국내산 돼지고기만 사용한다. 통등심을 받아 숙성 후 손질한 뒤 직접 친 머랭과 요리술 등에 담아 혹시모를 잡내를 흡착시킨다. 실온 건조 숙성 후 조리하는 것이 빵가루와 분리되지 않는 육즙 가득한 돈가스의 비법이다. 돈가스의 모양을 살린 후 남은 고기는 잘게 다져 멘치가스를 만든다.

함께 내는 오이절임과 무 피클, 깍두기 등도 직접 만든다. 주방에서 고군분투하는 호종씨와 도흠씨의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간판을 보고 군산에 사시던 할머니의 스키야키가 생각나 무작정 들어섰다는 노부인은 그시절 그맛이라는 평을 내렸다. 호도정에서 스키야키를 처음 먹어봤다는 손님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다른 이들과 함께 매장으로 향한다. 소바를 종류별로 맛보고 돈가스를 먹어보겠다며 다시 오는 손님들도 있다.

한번 맛보면 다른 메뉴의 맛까지 궁금해지는 것이 호도정의 매력이다. 좋은 음식을 통해 머물고 싶은 곳을 만들어가려는 이들의 우직한 성실함이 손님들에게 낯선 즐거움을 가득 안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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