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율량동 이자카야 '쿠라이'

2019.06.04 15:44:25

ⓒ#쿠라이 인스타그램
[충북일보] #청주이자카야 #쿠라이 #숙성회맛집 #가성비끝판왕

'이자카야'는 술과 요리를 제공하는 일본 음식점을 말한다. 청주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몇몇 이자카야가 영업을 시작한 것은 7~8년 전부터다. 전에 보지 못했던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을 선보인 이자카야는 횟집으로는 아쉽고 일식집으로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젊은 층부터 사로잡았다.

숙성회와 함께 나가사키 짬뽕, 생선구이, 튀김, 샐러드 등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장소였다. 낯선 가게가 순식간에 전 연령층을 사로잡게 된 데는 맛과 가격을 만족시킨 가성비에 멋스러운 분위기가 더해진 것이 주효했다.

청주 청원구 율량동에 위치한 이자카야 '쿠라이'를 운영 중인 조영빈 대표는 식당일로 잔뼈가 굵었다. 100평에 가까운 호프집에서 일을 시작해 조개 전문점과 참치 전문점에서 일을 익혔다. 주방 보조로 철판과 바닥을 닦는 일부터 세 번째 음식점 메뉴판에 적힌 모든 메뉴를 다룰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눈 뜨자마자 뛰어다녀 일을 마치면 쓰러져 잠들기 바쁜 시간이었다. 그간 혼자 밥을 차려 먹는 수준이었던 음식 솜씨는 누구 앞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됐다.

영빈씨는 중학교 때까지는 모범생 대접을 받았다. 잘하던 공부에서 손을 떼고 좋아하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20대 중반까지는 부모님 속깨나 썩이는 아들이었다. 10여 년을 후회 없이 놀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래를 고민하던 영빈씨에게 아버지는 학교를 권했다. 오랜 세월 기다리며 지켜봐 준 아버지의 권유로 조금 늦은 나이에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1년쯤은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길이 아닌 것 같았다. 졸업할 때 즈음엔 일손이 필요하다는 지인의 부탁에 호프집으로 발을 들였다.
늘 웃으며 손님들을 대하는 지인의 태도는 당시 영빈씨에겐 충격이었다. 그런 사장 밑에서 서비스의 기본을 배웠다.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도 손님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고 기어이 단골로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조개 전문점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게에는 빠르게 닦아내야 할 철판들이 50~60개씩 순식간에 쌓였다. 손이 빠른 영빈씨는 금세 달인이 됐다. 기술과 힘을 적절히 섞어 시간을 아꼈다. 사장님은 손님이 많을수록 빈틈없는 위생을 챙겼다. 매일 주방 바닥에 엎드려 철 수세미로 청소하는 것이 일이었다. 늘 물을 다루는 주방에서도 물 얼룩조차 볼 수 없었다.

참치 집에서 일하면서 영업 전반을 배웠다. 주방에서 하는 요리는 물론 손님 접대와 마무리까지 책임졌다. 누구도 시킨 적 없지만 내 가게라고 생각하며 일에 임했다. 손님은 늘 많았고 참치를 해동하고 썰어내는 일까지 익숙해졌다.
이전의 경험들은 쿠라이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언제나 손님들에게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친절과 위생은 영빈씨가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일이다. 손님들은 여전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지만 많은 가게가 그 기본을 무시하는 일이 잦아져서다.

음식점에서 맛이 소홀할 리 없다. 신선한 재료와 오래 일한 직원들의 솜씨는 한결같은 맛으로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쿠라이는 숙성회로 유명한 가게지만 수족관이 없다. 매일 들어오는 생선을 손질해 당일 숙성·판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회를 먹으면 제공되는 죽과 샐러드, 참치 타다키와 민대구 구이 등도 화려한 모양새로 눈길을 잡는다. 일일이 새우 껍질을 제거하고 황금비율로 끓여낸 소스를 부어 만드는 새우장도 쿠라이의 자랑이다.

고단한 하루 끝에 맛있는 숙성회와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쿠라이에 들러봐도 좋겠다. 그야말로 '품격(쿠라이)' 있는 마무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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