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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31 16:40:17
  • 최종수정2023.07.31 16:40:17
[충북일보] 말로 망하는 세상이다. 말조심을 수십 번 강조해도 설화(舌禍)가 이어진다. 세치도 안 되는 짧은 혀 탓에 여론의 도마가 늘 부산하다. 이번엔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도마에 올랐다.

*** 단정적인 사이다 표현 피해야

윤 교육감은 지난달 25일 유·초등 1급 정교사 연수 중 특강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윤 교육감은 '예비적 살인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교사의 말이나 행동이 학생에게 상처를 줘 자칫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한 언사였다. 궁극적으로 교사의 교육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비유한 강조였다. 하지만 이런 비유와 강조는 교사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교권침해 시국에 부적절한 발화로 여겨졌다.

윤 교육감의 발언 내용은 교육계에 급속히 퍼졌다. 비판여론도 함께 일었다. 윤 교육감은 발언 하루 만에 사과했다. 교사들을 다시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교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교권 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감의 연이은 사과에도 고개를 젓고 있다. 교권 침해에 멍든 울분까지 토하고 있다.

설화 여부를 정하는 맥락은 간단하다. 지도급 인사의 말이 '사회에서 합의된 사안'을 배격하면 실언이다. 그리고 너무 나간 말은 대중에게 망언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런데 대중은 왜 이렇게 실언이나 망언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곤 할까. 그 말 뒤에 감춰진 의도를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대중이 실망하고 냉소·혐오하는 까닭은 여기 있다.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단정적인 속칭 '사이다 '표현은 피해야 한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산다. 그런데 말의 달인은 없다. 말이 많으면 언젠가 실수하게 된다. 특히 정치인의 말은 양날의 칼이 되곤 한다. 주로 언론을 통해 대중과 만난다.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가 설화를 당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정치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말로 흥한 사람 말로 망한다는 말도 있다. 괜히 나온 비유가 아니다. 말의 강약과 빈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역설(逆說)은 참으로 어렵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백히 모순되고 부조리하다. 하지만 그 속에 진실을 담고 있는 표현을 말한다. 일종의 모순 어법이다. 통찰의 세계를 보다 밀도 있게 압축할 때 쓰곤 한다. 대표적인 표현으로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등이 있다. 윤 교육감의 표현은 과연 어땠나.

*** 실수라도 말에 대한 책임져야

윤 교육감은 공인(公人)이다. 그냥 내뱉듯이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 한 마디가 그 누구에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말이다. 기분 따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해선 안 된다. 적어도 공인이라면 말에 진중해야 한다. 한 번 내뱉었다면 책임을 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진정한 공인의 자격이다. 윤 교육감은 이제 상황 수정을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 공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말에 대한 책임이다. 작정하고 한 말이 아니더라도 다르지 않다. 발언에 악의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적절하지 않은 비유다. 자칫 교사들의 자존감을 해하는 듯한 단어의 선택이다. 윤 교육감은 시간이 더 가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실수이든, 잘못이든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 한 번 더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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