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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홀로서기… 편견 대신 응원을

충북 미혼모 김혜진씨 인터뷰
미혼모라는 이유로 주위 시선 '싸늘'
양육결정했지만 경제력도 없어 전전긍긍
미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줘야"

  • 웹출고시간2023.07.13 18:07:08
  • 최종수정2023.07.13 18:07:08

미혼모 김혜진씨가 자신의 아들을 육아하고 있는 모습.

ⓒ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아이는 엄마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가정집에서 만난 김혜진(31)씨는 22개월 남아를 기르고 있는 미혼모다.

김 씨가 임신을 한 건 지난 2020년 겨울. 그의 나이 스물여덟살때였다.

김 씨는 "엄마가 된다는 것은 축하받아야 할 일이지만 미혼모라는 이유로 주위 시선은 싸늘했다"며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심지어 그의 남자친구조차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고 경제력도 없었다.

김 씨는 "그 당시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은 보증금 100만 원이 전부였다"면서 "출산을 앞둔 시점에 다다르자 갑자기 남자친구의 연락도 두절됐다"고 당시의 막막함을 토로했다.

키울까 말까 고민도 많았다. 그러는 사이 그의 배는 점점 불러만 갔다.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땐 낙태도 불가능해 아이를 낳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낳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현실적인 삶의 무게가 김 씨의 마음을 짓눌렀다. 주위에선 그에게 입양을 권유했다. 입양을 보내면 혼자서 애 키우는 고생은 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김 씨는 "가정불화 등으로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보니, 아이를 낳아도 대신 돌봐줄 가족이 없었다"며 "정보도, 경험도 없어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아이를 낳으면 입양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출산 후 생각이 달라졌다.

김 씨는 "내 배 아파 낳은 아이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입양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며 "어떻게든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아이를 입양 보내면 후회가 많이 남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울 방법을 찾아 나섰다.

김 씨는 "월세도 내지 못해 보증금만 가지고 홀몸으로 집을 나왔다"며 "머물 곳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현재는 상상날개에 입소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입소한 이 시설은 충북에서 유일한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이다.

이곳은 미혼모 산·전후 시설이 전무한 충북지역의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최명주 대표가 2019년 8월에 설립했다.

상상날개는 미혼모들이 홀로 설 수 있게끔 산후조리지원, 양육지원, 교육지원 등을 하는 곳으로 김 씨와 같은 미혼모에게는 일종의 '생명터'와도 같은 곳이다.

김 씨는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날개 같은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동시에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주변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혼모 등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려 아이를 유기하고 불법 입양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안타깝다"며 "미혼모들에게 양육을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그는 "별 탈 없이 자라고 있는 아들을 보면 미안하고 고맙고 뿌듯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한 결정도 후회하지 않는다"며 "홀로 키우다보니 힘든 삶의 연속이지만 아이를 통해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미혼모들에게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보다 미혼모들이 처한 현 상황을 파악하고 이들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김 씨와 같은 충북 도내 미혼모는 606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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