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푸른 채소 '부추'

2020.11.23 17:57:07

자영

화림전통음식연구원

요즘 사계절 먹는 채소는 많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늦가을부터 겨울에 먹던 푸른 채소는 부추가 거의 유일했다. 기원전 고대 중국의《상서》에는 "집안 화분에 부추를 길러 정월에도 부추를 먹을 수 있다"고 구(·)로 처음 적었다. 기원전에 편찬된《황제내경》에도 "채소 중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으뜸이고, 인체를 유익하게 한다. 항상 이것(부추)을 먹는 것이 좋다"고 기록했다. 또《시경》에는 "제사 지낼 때, 양과 부추를 제물로 사용했다"라고 한 것처럼, 부추는 기원전 5세기 말엽부터 식용해왔다.

원산지가 중국 서북부로 알려진 부추는 두메부추, 산부추, 백두부추 등 세계에 약 30종, 우리나라에는 약 12종이 분포한다. 2001년 미국의 건강전문지《헬스》가 6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부추는 한번 심으면 여러 번 솎아내도 잘 자라서 게으른 사람도 기를 수 있어 '게으름뱅이풀'이라는 별명도 있다. 또 담벼락 밑에 한 줄만 심어도 오랫동안 먹는 채소, 한겨울에도 부뚜막 기운으로 화분 같은 좁은 땅에서도 길러 먹는 채소라 했다.

부추를 가리키는 구(·)는 땅 위로 돋아난 이파리 모양을 본뜬 글자이고, 잎이 난과 비슷하고 비늘줄기가 파를 닮아 '난총(蘭蔥)'이라고도 한다. 고초가 고추로 바뀐 것처럼 부추는 구채(·菜)가 현대어로 바뀐 셈이다. 부추는 지역에 따라 부초ㆍ푸초ㆍ분초ㆍ솔ㆍ졸ㆍ쫄ㆍ세우리 등으로 부른다. 경상과 충청도 등에서 정구지(精久持)라 부르는 것은 글자 그대로 '정을 오래 유지해 준다'는 뜻이다. 이 말은 부추를 먹고 건강하고 정겹게 오래도록 살기를 바라는 의미로 1900년대 초에 처음 쓰인 이름인데, 그 후 다르게 쓰이거나 곡해되었다.

음력 정월부터 구월까지 땅에서 싹이 돋아나므로 정구지라 하던 것은 사라지고, 특히 청나라의 여제 서태후가 부추를 즐겨 먹으면서 '양기를 일으키는 풀'이라고 하여 기양초(起陽草)라 불리면서 와전됐다. 중국 후한 때 곽태의 일화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로 두터운 우정을 비유한 '모우전구(冒雨剪·)'에 등장하는 부추는 6세기 초, 양나라 무황제에 의해 생겨난 오신 또는 오훈채의 단골 메뉴로 부추가 꼽혔다. 그로부터 도교와 불교 수행자는 부추를 먹으면 차분하고 마음가짐이 안된다고 하여 금기 식품으로 여겼다. 또 수행하는 "스님, 부추 보듯 한다"라는 격언도 이때 생겼다. 당나라 때 후녕극의《약보》에는 겨울에도 죽지 않는 자생력 때문에 '양기를 돋우어주는 풀'이라 적었으며, 당나라의 진장기가 편찬한《본초습유》에는 풀에서 나는 젓이라는 뜻으로 '초종유(草鐘乳)'이라 했다.

우리나라 문헌에는 8세기 신라승 태현이 지은《범망경고적기》에 부추의 일종으로 구총(··)이라 적었다. 고려 말기에 편찬된《향약구급방》에는 약재로 기록됐다. 고려 때 목은 이색의 시에도 "파란 부추를 아침저녁으로 씹으니 맛이 좋다."《세종실록》,《승정원일기》등에 기록된 부추는 1784년《경모궁의궤》에서 종묘 대향에 진설하는 찬품으로 부추김치를 반드시 올리도록 규정했다. 또《증보산림경제》등에 부추김치가 기록될 만큼 왕실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사용됐다.

《동의보감》에서 부추는 간과 신장에 좋아 '간의 채소'라 불렀는데, "봄철 부추 한 단이 피 한 방울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전한다. 재래종인 조선 부추는 개량종에 비해 잎의 넓이가 좁고 키가 작으며 매운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끝물보다는 맏물 부추가 좋은데, 노지에서 자란 것이 맛과 영양에서 품질이 앞선다. 부추 중에 가장 맛있다는 두메부추는 멸종위기종이라 야생에 나는 것을 함부로 캐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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