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을 치르는 동안 부실한 대회 운영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역 내 열악한 체육 인프라에 대한 한계도 드러냈다. 충북을 찾은 선수단에 대한 각종 서비스 지원은 미흡했다. 지역 상권 활성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한 집 두 잔치' 연계 효과 미미
무예마스터십은 청주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과 같은 기간에 열렸다. 관람객과 행정력은 분산에 대한 우려에 대해 충북도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직지코리아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목표 관람객 20만명을 초과 달성했다. 연일 구름 관람객이 몰렸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은 어린이·학생들은 물론 전 연령층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무예마스터십은 정반대다.
목표 관람객(16만명)은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은 최신식 경기장인데다 최대 수용인원 4천500여명이라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대회 첫날인 지난 3일 1천132명 관중에 그쳤다. 4일 5천643명으로 반짝 늘기는 했으나 5일 다시 2천701명으로 반토막 났다.
하루 관람객 역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한 지난 4일 기준 무예마스터십은 1만5천835명에 그친 반면 직지코리아는 7만1천966명을 기록했다.
◇인프라 한계…관람객·선수 배려 부족
무예마스터십이 국제대회의 면모를 갖추기에는 지역의 인프라 수준이 열악하기만 했다.
이번 대회를 치른 경기장은 모두 6곳이다. 개·폐회식이 열린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을 비롯해 △청주체육관 △청주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청주유도회관 △장애인스포츠센터 및 근대5종 훈련장은 청주권에 위치해 있다. 기사 종목은 속초영랑호화랑도체험장에서 진행됐다.
청주권 체육시설 가운데 장애인스포츠센터(2016년)와 석우문화체육관(2013년)이 그나마 최근 건립됐다. 하지만 나머지 시설은 10년 이상된 건물이다.
특히 청주체육관은 1974년 준공, 40년 이상된 노후 시설이다.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은 1990년에, 유도회관은 2004년 준공됐다.
대회 기간 동안 노후 시설에 따른 관람객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의 경우 냉방 시설이 열악, '찜통' 경기장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선수촌 역시 사실상 '수용(收容)' 수준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 숙소로 활용된 시설은 △그랜드 플라자 청주호텔 △교원대 교육연수원 △농협인재개발원 △충북도 자치연수원 △KT&G 인재개발원 △세종스파텔 등 6곳이다.
그러나 임원·심판단이 머문 그랜드 플라자 청주호텔을 제외한 나머지 숙소는 경기장이나 시내권에서 상당 거리 동떨어져 있다.
청주시 가덕면에 위치한 도자치연수원과 농협인재개발원은 주변이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외진 곳이다. 시내까지는 차량으로 20여분 이상 소요된다. 시설 내 편의 시설도 부족했다.
지역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국제대회를 치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선수 이탈·경기 차질…사건사고 얼룩
미흡한 경기 운영이 민낯을 드러냈다.
외국 선수 이탈은 한 때 11명에 달했다. 조직위는 선수단 동선 파악이나 보고·통보체계에 부실했다.
외국 선수 잠적에 따른 강제 출국이나 입국 불허도 잇따랐다.
타지키스탄 벨트레슬링 선수 4명이 무단이탈하자 기존 입국자 2명이 강제 출국됐다. 스리랑카 주짓수 선수 3명이 잠적한 탓에 대회 출전을 앞둔 3명의 스리랑카 선수들도 자국으로 떠나버렸다.
이후 경기는 구색 맞추는데만 급급했다.
벨트레슬링은 지난 7~8일 이틀 동안 치러질 계획이었지만 선수 부족 탓에 8일 하루만 진행됐다.
그렇지 않아도 씨름의 대체 종목으로 생긴 벨트레슬링은 다른 종목 연맹에 협조를 구해 명단 엔트리를 작성, 어렵사리 경기를 치렀다.
당초 명단엔트리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참여한 삼보, 크라쉬, 주짓수의 경우도 체급이나 경기 수를 조정하면서 가까스로 진행됐다.
여기에 대회 기간 중 한 조직위 직원은 무면허 운전 중 사고를 낸 운전자를 바꾸도록 지시하고, 사고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경제 활성화 뒷전…'충북 기획사' 오명
충북도는 무예마스터십을 통한 경제 파급 효과를 1천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분석을 토대로 소비지출, 349억원, 생산유발 605억원, 고용유발 5억원 등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회 기간 동안 지역 상권에서 나타난 경제 활성화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도는 충북을 찾은 선수단에 지역 관광지를 소개하고 쇼핑·관광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예컨대 도는 지난 3일 택견 선수단의 청주 삼겹살거리 만찬, 5~6일 합기도 선수·임원 오·만찬, 7일 크라쉬 이란 선수단 현대백화점 쇼핑, 8일 러시아 태권도 어린이 선수단 청남대 관광 등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선수단의 자발적인 관광·쇼핑 참여라기보다는 손님을 맞이하며 준비한 '대접' 수준에 그쳤다.
각종 초대장을 발송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업체가 아닌 서울 업체를 이용하는 사례가 나타나 불만을 자초했다.
지나치게 많은 축제와 행사가 치러지다보니 지역 내에서는 "충북도가 '기획사'냐"는 조롱 섞인 말도 적지 않다.
올해 계획된 충북의 지역 축제는 모두 37개다. 1·2월을 제외하고 매달 축제가 열리는 셈인데, 9월에는 무려 10개의 행사가 도내 전역에서 개최된다.
충북도 역시 무예마스터십 폐막 이후 오는 23~25일 6회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 4~8일에는 3회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가 열린다. 2013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2014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 2015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 이어 내년에는 '2017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라는 또 하나의 국제행사가 치러진다.
선심성 축제의 남발이라는 지적이 쏟아진지 오래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