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이러쿵저러쿵 - 춘추관·소통관 초유의 '동시 셧다운'

***수도권 4단계 일파만파
靑 기자 출입 2주간 봉쇄 30년만의 사례
국회도 언론사별 지정석 이용 전면 제한
현장취재 불가능… 언론은 벌써 '혹한기'

2021.07.11 21:09:28

[충북일보] 촉새라는 새가 있다. 몸의 길이가 14㎝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언행이 가벼운 사람들을 촉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딱 2주 전인 지난 6월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각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한 새 거리두기 단계를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단계였다. 2단계에서 사적모임은 8명까지 가능하고, 노래방 등 유흥시설도 자정까지 허용한다고 했다.

◇선별적 해외여행 허용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6월 백신 접종자의 해외여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7~8월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둔 2050세대들은 환호했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계획했고, 때를 맞춰 상당수 여행사와 항공사들도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들은 노쇼라도 맞기 위해 여기저기를 수소문했다. 그러나 그토록 많았던 노쇼는 온데 간 데 없었다.

50대 이상은 7월 접종에 큰 기대를 걸었다. 조금 빠르게 접종하면 8월에 해외여행도 가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와중에 통일부는 툭하면 '북한에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나라는 백신 생산국이 아니다. 외국에서 백신을 들여오기 위해 적지 않은 수모를 겪은 나라다.

국민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들도 백신을 맞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우리나라 최고의 바이오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믿음도 무너졌다.

대통령과 질병청은 'K-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부추겼지만, 아직까지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백신 개발 가능성 때문에 엄청난 주가폭등 효과를 거뒀던 수많은 바이오 기업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 한다.

이처럼 촉새 같았던 'K-방역'은 '델타변이'에 와르르 무너졌다. 사상 초유의 '셧다운 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부터 '고정출입제'를 시행했다.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를 동시에 출입하던 기자들에게 하나의 출입처만 선택하도록 했다.

중앙지의 경우 10여 명이 청와대와 국회를 담당하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를 지키면 됐다. 반면, 청와대와 국회를 동시에 출입해야 하는 상당수 지방지 기자들은 국회출입을 선택해야 했다.

국회는 늘 지역과 관련된 이슈가 나오는 출입처이지만, 청와대는 자료를 활용해도 커버가 가능성 곳이었기 때문이다.

고정출입제 시행 9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아예 청와대와 국회 기자실이 폐쇄됐다. 1주일에 2~3번 정도 청와대와 국회를 출입했던 기자들도 이젠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지난 1990년 완공된 청와대 춘추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5월 11~17일 기자실 개방 방침에 따른 시설공사로 한 차례 폐쇄됐다. 감염병 방역조치로 춘추관이 폐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려되는 '셧다운 공포'

지난해 말 춘추관 고정출입제가 곧바로 해제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나도록 고정출입제가 지속됐고, 급기야 '셧다운' 사태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향후 2주 간 대통령 일정 취재를 전속으로 운영하면서 춘추관에서 풀(POOL)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결국 현장취재는 사라졌다.

전속 취재된 풀은 중구난방 식 해석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부(權府)에서 나오는 메시지에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아 보인다.

언론의 영향력 소멸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향력 제한은 곧 언론의 '혹한기'를 의미한다. 이제부터 진짜 위기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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