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지난 25일 한 공중파 방송의 '군 집단면역 실험 착수' 보도 이후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26일에는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 면역 실험 계획을 멈춰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보도에 달린 댓글과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장병은 마루타가 아니다'와 '동물실험도 엄격히 금지된 세상에서 군인 대상 실험은 가혹하다' 등이다.
◇집단면역 실험 내용은
공중파 보도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 일부 부대를 시작으로 장병들이 순차적으로 마스크를 벗게 된다. 훈련 때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부대 회식에서는 인원 제한이 사라진다.
백신을 다 맞은 사람의 비율이 94%를 넘는 군에서 시범적으로 코로나 이전처럼 지내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그 경과를 살펴본 뒤에 우리 사회 전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일 기준 우리 군 장병 55만 명 중 94%인 52만 명이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항체 형성기간인 2주가 지난 20일부터 접종자들은 사실상 집단면역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군은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각 군이 시범 부대를 선정해 다음 주부터 장병이 영내에서 마스크를 벗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부대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시범 부대 장병은 사격을 비롯한 모든 훈련과 축구, 구보 같은 체육활동은 물론이고, 생활관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부대 안 회식도 인원수 제한이 사라지고, 온라인으로만 허용하던 종교 활동의 경우 부대 내 절과 성당, 교회를 직접 찾아갈 수 있고 대면 회의도 재개된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번 집단면역 실험은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군 장병 중 접종을 하지 않은 장병에 대한 보호대책 수립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킬 수 있어서다.
특히 군 장병에게 접종된 백신의 종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접종 초기에는 주로 아스트라제네카(AZ)를 맞았다. 이후 다른 백신도 접종됐지만, 20대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혈전 등 부작용과 관련해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집단 면역 실험 대상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한 공무원과 경찰, 군인 등은 이후 발생한 델타변이에도 취약한 백신이 주로 사용됐다. 최근 확진자 중 80% 이상이 델타변이로 판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면역 실험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인은 "최근 군 내 대우나 처사에 관해 많은 이슈들이 부상하고 있다. 장교나 병사 할 것 없이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라며 "강제로 징병됐다는 상황에 열악한 환경이 더해졌는데, 이제는 집단 면역 실험체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불신의 중심에 선 국방부
국방부는 최근 군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야권에서는 국방부장관 경질까지 촉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군 장병 대상 집단면역 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방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 7월 군 급식시스템을 다수의 공급자들이 참여하는 경쟁체계로 전환했다. 그러자 군 인권센터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 군 급식 조달 체계 개편 시범사업, 대기업 유착 정황 포착'이라는 내용의 군납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제대로 된 휴가나 면회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병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고사하고 '집단 면역' 또는 '수입산 식자재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서울 / 김동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