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20대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으로 향하면서 여야 지지층은 물론,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크게 당황하고 있다. 조사마다 이른바 '빅 3'인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등락 폭이 오락가락하면서다.
◇기존 흐름 벗어난 조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5~26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자동응답(ARS)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응답률 9.4%)에서 '윤석열 45%·이재명 43.2%'로 윤 후보가 1.8%p 높았고 안철수 후보는 5.9%에 그쳤다.
반면, 같은 날 전국 성인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응답률 17.1%)에서는 '이재명 43.8%·윤석열 36.1%'로 이 후보가 무려 7.7%p 높앗고, 안철수 후보도 7.3%에 달했다.
KSOI가 이례적으로 같은 날 다른 방식(ARS+전화면접)으로 조사한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고, 일부 언론은 '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KSOI는 즉시 '조작 의혹'을 제기한 일부 매체를 고발하기로 했다.
반대로 칸타코리아가 서울경제 의뢰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28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응답률 12.5%)에서 '이재명 34.1%·윤석열 44.1%'를 기록했고, 안철수 7.8%과 심상정 2.0%가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10%p 앞섰다.
이번 칸타코리아 조사는 '무선(89.1%)+유선(10.9%)'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한 전화 면접방식이었다. 각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여론조사가 일반 유권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보통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상대 후보 간 격차만 확인하는 지지자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최소 1.8%p에서 최대 10%p까지 벌어지는 현상을 일반 유권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조사 전문가들은 우선 ARS와 전화면접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응답률(KSOI 'ARS 9.4%p·전화면접 17.1%'-칸타코리아 12.5%)을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상적으로 ARS는 응답률이 낮고 전화면접은 높은 편이다. 여기서 조사기관이 무응답층에 어떻게 가중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각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가상번호의 경우 남녀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분류된 자료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조사를 할 수 있다. 반면,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은 분류가 안 된 번호에서 조사표본수를 충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RDD 방식은 항목별 유효 사례를 얻지 못하면 랜덤 표본을 다시 포집해 조사를 해야 한다. 다시 포집을 하지 않으면 조사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가상번호 역시 알뜰 폰 가입자가 빠지는 점과 여론조사 시간이 낮이냐 야간이냐, 주중이냐 주말이냐 등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야권이 더 유리한 구조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3~9일까지의 '블랙아웃' 기간에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을 판단하는 주요 자료가 된다.
여론조사 통계표를 보면 상당수 유권자는 이미 결집한 상태다. 다만, 그동안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데 소극적이었던 이른바 샤이진보와 샤이보수는 여전히 1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역대 선거에서는 야당을 지지하는 숨죽인 유권자가 훨씬 많았다. 이 때문에 현재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와 국회, 지방권력까지 차지하고 있는 것과 여전히 10%p 이상 높은 정권교체 여론 등을 감안하면, '샤이보수'가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 김동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