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 이러쿵저러쿵 - "대통령 메시지 이상하지 않나요"

***간호사 칭찬 SNS '갑론을박'
국회, 정부·의협 파업에 '원점 재검토' 중재
코로나 위기 속 의사 정원 확대 발표도 논란
간호사 칭찬하면서 의사 겨냥… 여도 갸우뚱

2020.09.03 18:10:31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충북일보] "도대체 대통령 메시지를 누가 만드는 거야.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시기도 문제였고, 파업 의사를 질책하면서 간호사들을 칭찬한 SNS 메시지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요즈음 대통령 메시지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100번 옳다고 해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또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도 많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책 발표 시기 갸우뚱

정부와 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을 놓고 갈등이다. 코로나 유행 속에서 발표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도입은 의료계의 파업사태를 불러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파업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수차례 공언했다. 그러자 전국 의료계는 파업의 범위를 더 확대해 나갔다.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었다.

문 대통령은 각종 회의에서 파업에 나선 전공의 등을 강력 비판했다.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시위 현장이 아니라 환자 옆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다.

상황은 대통령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국내 유명 병원의 보직교수들까지 제자들과 함께 하겠다며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야권은 호재를 만났다. 정부의 강경 일변도 정책을 수차례 비난했다. 여권은 침묵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의사 정원 확대 정책은 옳다. 특히 열악한 비수도권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별 공공의대 설치 계획도 틀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발표 시기는 큰 문제였다. 코로나 전쟁을 치루고 있는 의사와 전공의들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을 꺼낸 시기가 문제였다.

충북 소재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이번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원격진료 시스템보다 훨씬 더 나쁜 정책"이라며 "야당 시절 박 정부의 원격진료 정책에 극구 반대했던 민주당이 지금은 의료계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국회가 나섰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완전하게 제로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최근 "의협과 대한전공의협회 등이 참여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즉 어쩌면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조만간 봉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오후 문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코로나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고맙다. 사랑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 분들을 위로한다"며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의사·간호사 편 가르기

언뜻 보면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어떤 형식으로든 일선 방역 현장에서 고생하는 간호사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읽힌다.

그러나 얼마 전 파업 전공의 등을 향해 '의사가 있어야 할 장소는 환자 곁'이라고 지적한 부분과 정부가 현장 이탈 의사들에게 행정권 발동 등을 언급한 부분과 연계해 보면 문 대통령은 메시지는 '편 가르기'로 비춰질 수 있다.

충북 대형병원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메시지는 '파업하는 의사, 병원을 지킨 간호사'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며 "국회가 나서 갈등을 봉합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통령의 메시를 보고 청와대 내 메시지 담당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서울 / 김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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