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춘추관과 국회 기자실 안팎에서는 국내 언론지형이 과거 '조·중·동'에서 세계일보를 포함한 '조·중·동·세'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정윤회씨의 인사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입수해 특종 보도하면서 세계일보의 위상이 날로 상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일보는 '정윤회 스캔들'에 이어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갑질'까지 보도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가장 많이 본 뉴스'에서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TK 인맥이 만든 스캔들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김춘식 행정관~박동렬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박관천 경정 등으로 이어지는 정보 전달체계에 근접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서 문건유출을 주도한 2명의 경위급 경찰에 대한 체포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행정관과 전 대전국세청장, 박관천 경정 등이 대구·경북(TK) 중심의 인맥과 학맥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동향인 안봉근 비서관까지 구설수에 휘말린 상태다.
이렇듯 청와대 문건유출 수사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다. 이 방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문건유출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도 문건 유출에 가담한 사람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태다.
◇야당엔 저격수가 없나
일명 '정윤회 스캔들'은 첫 보도부터 최근까지 모든 사례를 언론이 주도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넘는 활약을 보여줬다. 심지어 보수언론의 활약은 자칫 수면 아래로 묻힐 수 있었던 '정윤회 스캔들'이 생명력을 얻도록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네이버스탠드 화면
ⓒ네이버
세계일보는 지난달 28일 '정윤회 스캔들'을 특종 보도했다. 그런데 문건을 통해 폭로된 '십상시' 등의 표현은 정보 제보자 혹은 작성자가 가공한 흔적이 뚜렷했다. 왜냐하면 권역의 언저리에서 권력을 향후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십상시'라는 모임의 이름을 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환관' 또는 '내시'로 격하하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의 세력이 그들을 폄훼하기 위해 과대포장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세계일보의 '정윤회 스캔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전망을 물거품으로 전락시킨 것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인터뷰와 류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 인터뷰가 '비선의 인사개입'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종합할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정윤회 스캔들' 국면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대위 회의에서 신문을 펼쳐 놓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추궁하는 모습을 보면 과거 특급이슈에 대해 맹활약을 펼첬던 '이슈 파이터(Issue Fighter)'가 그리울 정도였다.
◇이제는 출구전략 찾아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내용을 요약하면 청와대 행정관~전 대전국세청장~박관천 경정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정보전달 체계가 나온다. 이를 감안할 때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은 '찌라시'로 볼 수 없다. 또한 청와대와 국회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이번에 폭로된 내용을 듣고 취재했던 사례가 있었던 데다, 일부는 실행된 것으로도 보여지기 때문에 이를 없던 일로 덮을 수는 없다.
이를 덮는데 급급하면 국민들은 또 다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제는 '정윤회 스캔들'에 대한 출구전략을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출구전략은 인적쇄신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취재하는 대부분 언론이 출구전략의 방향을 이미 제시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안봉근 비서관은 당장 용퇴해야 한다.
나아가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거나 국정 로드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1급 비서관 이상 50% 이상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적쇄신을 통해 집권 3년차에 집중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들은 그리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은 엄청난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서울 / 김동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