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코로나 위기 속 50대 가장은 출근도 하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대학생 아들은 1년 내내 대면수업 한 번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중학생 딸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 휴대폰을 보면서 빈둥거린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삶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단군 이래 최대 국난
우리는 최근 단군 이래 최대 국난에 봉착했다. 어쩌면 전쟁보다 훨씬 혹독한 전염병과의 싸움이다. 사람이 매개인 전염병과의 전쟁은 서로를 불신하게 만든다. 반갑게 인사하는 대신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게 된다.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서둘러 출시되기를 고대할 뿐이다. 더 걱정인 것은 백신이 나와도 또 다른 변종에 대응할 능력이 우리 인류에게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총과 칼이 없는 전염병 전쟁, 잘 참던 사람들은 결국 지쳐가고 있다. 만사가 귀찮은 상황에 직면했다. 이 와중에 집권 여당과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당연히 방역은 국가의 의무다.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극우세력들의 광화문 집회에 대한 비난, 국민들도 동의한다.
그러나 동의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추미애 스캔들'이다. 엄격히 말하면 '추미애 아들 휴가 미복귀 논란'이다. 이 문제는 군 복무 전후 상황에 놓인 20대와 금명 간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40~50대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추미애 장관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다. 국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소설을 쓰시네' 등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국민 밉상'으로 등장했다.
여권도 추 장관을 적극 옹호하지 않는 모양새다. 여권의 일각에서도 이쯤에서 추 장관 문제가 정리되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추 장관이 TV 화면에 나올 때 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조국 스캔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추미애 스캔들'. 두 문제는 이미 옳고 그름의 범위를 벗어났다.
국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때까지 기다려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차후에 진실을 가리는 방법 밖에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운영 시스템을 사람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가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해야 한다. 조국이 아니면, 추미애가 아니면 검찰개혁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오히려 개혁의 깃발을 든 사람의 허물을 더 크게 바라본다. 평상시 같으면 쉽게 넘어갈 문제를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현상'은 조국 탓이다. 평소 학식과 덕망을 갖춘 조국이 만약 야인 시절 숱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면 쉽게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지금 국민들은 추미애 문제를 공정의 잣대로 바라보고 있다. 추 장관은 지금 '내로남불'의 늪에 빠졌다.
◇흙수저가 보는 '소소한 부탁'
추 장관은 여당 대표 시절 아들의 입대와 보직 등과 관련해 보좌관 등을 통해 국방부 국회연락관 등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여당 일각에서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말한 듯하다. 이 문제는 아무 문제없이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추 장관의 국회 발언이 야당을 자극했다. 야당은 독기를 품고 추 장관 주변을 샅샅이 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소소한 부탁'은 흙수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온다.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군에 아들을 보내야 하는 40~50대 부모들에게는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데….'라는 자조를 불러왔다.
수해와 코로나 극복, 9월 정기국회에 10월 국정감사, 11월 예산안 심의는 내년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포인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소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추 장관 문제를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 서울 / 김동민기자